“그까짓 게 얼마나 된다고 그렇게까지 보호해야 하나. 모자라면 수입하면 되지.” 

쌀 문제가 이슈화될 때마다 비농업계 인사들이 남의 일인 양 내뱉는 말이다. 산업 규모도 크지 않는데, 굳이 국민 세금을 들여가며 쌀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쌀산업 대신에 다른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이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굳이 식량안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주장 근거가 미약함을 보여 주는 자료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조사·작성한 ‘한눈으로 보는 쌀산업’ 자료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쌀산업의 부가가치는 무려 32조8,000억원에 달한다. 논농업의 환경보전 및 사회문화 기능 15조9,300억원을 비롯해 소비지 가공산업, 외식산업, 일반유통업, 대형 유통업, 직거래, 비시장유통, 볏짚·왕겨 등 부산물의 시장금액을 합친 수치다. 쌀 생산의 부가가치 금액은 파생 산업에 포함된 것으로 산정했다. 

이는 쌀 생산액(9조3,000억원)만이 쌀산업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 쌀산업이 전자밥솥산업과 같은 전혀 예상치 못한 다양한 산업을 파생시키며 엄청난 고용을 유발하는 등 국가 전체에 기여하는 바가 상당함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의류산업이 31조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할 때 쌀산업의 규모가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는 조사 결과이고, 쌀산업이 식량안보와 농업보호를 위해 할 수 없이 지켜야 하는 산업이 아닌 경제적인 면에서도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산업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 준다.

농진청의 이번 자료는 하나의 표로 국내 쌀산업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확실한 통계자료에 근거해 작성된 것이 많고, 정확한 통계가 없는 일부 자료는 다른 연구기관의 연구수치나 개략적인 추정치를 산정함으로써 기존 연구 결과와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2009년 현재 우리나라의 쌀 농가수는 82만7,000가구로 전체 농가의 69.2％를 차지하고, 농업조수입 중 쌀 비중이 24.5％에 달한다. 쌀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남우균 기자 wknam@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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