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국회에서 농협 신경분리 법안이 통과될 것인가 아닌가가 협동조합계와 농업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농협은 300조원이 넘는 자산과 10만 명에 육박하는 직원, 농업 전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에는 수많은 쟁점이 걸려 있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신경분리 이후 구체적인 변화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명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신경분리를 둘러싼 중요한 쟁점들인 ①경제사업 자본금 배정 규모 ②경제사업 활성화의 구체적인 방안 ③부족자본금의 확정 방법과 부족자본금 조달 방안 등은 아직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①금융지주회사가 출범한 후의 구체적인 전망 ②일선조합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에 대해서도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중앙일간지에 반대광고를 게재하고 금융지주회사가 분리되면 ‘농협을 민간자본과 외국 투기자본에 내맡기게 되고, 투기자본의 배를 채우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직원들의 불안감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우려가 농협 신경분리의 대의를 훼손해서는 안된다.  

농협의 신경분리 요구는 농협이 농산물 판매에 대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신용과 경제, 지도사업이 분리되지 않아 전문성을 발휘할 수 없는 조직적 한계가 있다는 지난 17년간의 합의된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17년 동안 중앙회 분리를 반대하면서도 여전히 신경분리 요구를 잠재울 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 사실에 대해 이견이 없다면, 신경분리의 실행을 중심으로 예상되는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따라서 관계자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이번 국회에서 신경분리가 통과될 수 있도록 협력적인 자세에 입각하여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미세조정에 적극 힘을 기울여야 한다.  

농협 신경분리를 십몇 년간 주장해 온 농민단체들은 지난해 상호간의 이견을 조정하여 신경분리의 대의를 실행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제기된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합의안을 마련하였다. 합의안은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중앙회와 일선조합의 변화를 2단계로 제시한 바탕에서 ①경제사업 자본금의 최우선 6조원 이상 배분 ②경제사업연합회와 교육지도를 전담할 중앙회의 분리 ③금융지주의 의결권을 방어할 수 있는 중앙회 공유자본의 일선조합 배분과 도별 출자 ④프랑스 크레디 아그리콜(Crédit Agricole)의 모범사례와 같이 경영권 확보를 바탕으로 한 금융지주의 단계별 상장 ⑤상호금융연합회의 분리시기 명확화 등을 요구했다.  

농민단체 합의안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우려들이 법 통과를 앞두고 강하게 제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농민단체의 합의안을 이번 국회에서 미세조정에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온 국민이 희망을 가지는 농협 신경분리를 만들어 내는 조건이라 하겠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 국회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마지막 조정에서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농민단체 합의안이 모두 반영되지 않아도 신경분리는 이제 마침표를 찍었으면 싶은 마음이 있다. 농협 신경분리 논의는 농협이 진정한 농민조합원의 조직으로 거듭나는데 가장 중요한 쟁점이기는 하지만 너무 오래 끌면서 과잉쟁점화된 경향이 있다. 합의안에서 제시된 경제사업연합회와 중앙회의 분리나 금융지주의 상장, 상호금융연합회의 분리시기 등은 부칙으로 전환하여 향후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고 경제사업자본금 배분 등은 이후 실사과정에서 위원회 등에 농민단체와 조합장이 참여하면서 견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기만 하더라도 신경분리의 대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제도와 정책을 논의하는 공간에서는 어느 한 쪽의 의견이 100% 관철되기 어렵다. 수많은 쟁점과 시나리오가 있을 농협중앙회 신경분리는 어떤 방식으로 법 개정이 되더라도 모든 이해관계자의 모든 걱정과 우려를 모두 해소시킬 수는 없다. 최선책이 아니면 차선책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며, 현재의 상황에서 차선책은 ‘농협중앙회 신경분리를 법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우려는 있겠지만 우려에 매몰되어서는 어떤 변화도 주도할 수 없다. 협동조합 운동은 언제나 주어진 현실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 나가는 자율적인 운동이지, 법제도에 종속되는 운동이 아니다. 우려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신경분리의 제도적 확정을 위해 대범하게 첫발을 내딛어야 한다. 그렇다면 가능성이 높은 이번 2월 국회에서 법 통과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노파심에서 한마디 더 쓰자면 설령 이번 2월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더라도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6월 국회와 8월 국회, 정기국회가 있다. 희망을 끈을 놓지 말고 제기된 우려를 보완하면서 반드시 올해 안에 통과시키겠다는 정부, 농민단체, 농협연구자, 국회의 협력과 노력이 계속되기를 촉구한다.

2011. 3. 2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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