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이 6개월여 앞으로 가다오면서 농민단체들의 공약 제안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4·11 총선에서 농민단체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못한 만큼 이번 대선에는 반드시 농정공약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 첫 시작으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14일 한농연 회관에서 ‘18대 대선공약 요구사항 검증 1차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농연이 제안한 농촌지역 경제활성화, R&D 활성화 방안, 농촌 복지, 안전한 푸드시스템 등 농업 전반에 대한 현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 일시: 2012년 6월 14일 - 장소: 한농연회관

한농연은 대선공약을 검증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마련하고 이 자리에서 주요 농정현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신규 협동조합의 설립·정착 지원

▲김호=농협과 신규 협동조합(사회적 협동조합)은 서로 경합관계 있다고 본다. 지금도 농촌에서 농협과 영농조합간 협동이 어려운데 농협과 신규 협동조합이 서로 상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다. 또한 도시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을 많이 만들려고 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중심이 되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농촌과 어떻게 연계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최지현=기존의 농업회사법인이 잘 안되고 있으니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는 위험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이 많이 생기고 하는데 왜 굳이 협동조합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가 보이지 않다. 이와 관련한 외국의 사례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사회적 협동조합의 역할을 지금 생협이 상당부분 하고 있다. 역할 조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수=농협을 포함해 농촌에서 쓰이고 있는 재원이 많다. 그 비용을 어떻게 줄일 것이냐의 관점에서 말하겠다. 사회적 협동조합이 한다는 역할은 다 농협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이를 별도로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하자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흩어져 있는 농업자원을 끌어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그 한 예를 고령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군 단위의 브랜드로 묶으니 농협과 지자체에서 함께 지원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행정과 농협이 일원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예산 투입도 일원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종인=올해 농협이 신경분리가 됐지만 경제사업 활성화가 제대로 될 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농협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 농협은 협동조합 단계에서 취약단계에 있다.

#농업분야 R&D 과제· 발전방향

▲권오복=농업분야의 R&D는 쉽지 않다. R&D 추진에는 세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간 과제가 중복된다는 점이다. 두 번째 투명성 있는 과제를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즉, 선수와 심판,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 사업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경우 평가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세 번째는 이 R&D가 농업에 진짜 필요한 것인지, 현장에서 필요해서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이종인=R&D 활성화는 중요하다. 특히 농가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찾으려고 하는데 접근할 수 없다. 그만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수요자 중심의 R&D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정보가 규모화된 전업농에 집중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정보는 그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정보가 필요한 곳은 소농·영세농·창업농 등이다. 이들에게는 정보가 절실한데 이를 제공받을 통로가 없다.

▲권오복=R&D 예산을 제시해야 한다. 농업성장을 하려면 얼마나 필요한지, 그 액수를 밝힐 필요가 있다. 예산을 강조했으면 좋겠다. 실용화 재단도 보완해야 한다. 기존의 농촌진흥청 개발 과제에 농식품부 과제도 포함시키고 여기에 민간이 하는 과제도 추가토록 해야 한다. 민간 R&D 분야에서의 애로사항은 판로 개척, 연구자금 등이다. R&D가 활성화 되려면 민간에게도 예산을 지원해줘야 한다. 쿼터식으로 국가 R&D 예산에서 일부를 떼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농어촌 복지 개선 

▲이종인=농촌 문제의 핵심은 복지, 그 중에서도 문화의 소외다. 농촌에서는 영화 등 문화생활을 즐기기가 어렵다. 더욱이 도시에 비해 낙후돼 있는 교육, 의료, 교통 등도 개선해야 한다. 이런 내용이 농민들에게 와닿을 수 있게 도출해 내야 한다. 농업 관련 교육기관 간의 중복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교육기관으로는 농촌사회교육원, 농촌마이스터대학 등이 있다. 문제는 농촌사회교육원 나온 사람이 농촌마이스터대학에 다시 들어가는 등 인력이 돌고 돈다. 이들은 어디를 가야 하는가. 교육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국립농과대학 내 농산업학과를 확대 신설하는 방안은 강력하게 요구해줬으면 한다. 

▲김호=농업교육은 후계인력과 관계가 있는 만큼 중요도가 높다. 더불어 지역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는 교육과 교통이다. 교육은 농촌에 있는 학생이 줄면서 학교를 없애버리는 문제, 심각하다. 대중교통도 마찬가지다. 군내 버스의 적자를 보전하라며 정부는 지자체에 강요하지만 지자체에서는 예산 한계로 어려움이 있다. 이런 부분은 중앙정부에서 지원해야 하는 게 맞다. 예산은 지원해주지 않고 시군에 떠맡겨서는 복지가 개선되지 못한다.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

▲최지현=농기계 사고가 많이 나고 보험처리가 안되는 사례가 많으니 농작업재해보험의 도입은 필요하다. 이전에 농작물재해보험에는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농작물에 대한 보험제도가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를 더 검토하고 난 후 부수적으로 농작업재해보험을 추진하는 게 어떨가 생각된다. 인력문제는 인력지원센터 설립 등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김창수=농업 희망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농촌으로 유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농업교육에 대한 논의가 많지 않다. 농촌에 자녀들을 위한 교육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부모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농촌으로 이주하기 힘들다. 교육을 통해서 이들이 농촌에 있다는 것을 자부심으로 느끼도록 인식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농업교육의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농촌의 노동인력도 고민해야 한다. 해외노동력을 통해 연간 운영될 수 있는 인력은행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농업 희망자들이 농업에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어떻게 펼지 생각해야 한다.

▲김호=고령화의 연령이 어느 선인지 재설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고령농 복지 실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농촌에서는 65세인구가 장년에 들어간다. 65세인구가 현실적으로 고령화에 들어가는지 복지차원에서 상당히 중요하고 이 부분도 필요하다.

#안전한 푸드시스템 구축

▲권오복=한·중 FTA에 있어서 검역조건 완화가 문제될 수 있다. 호두가 한 예다. 병충해를 이유로 미국이 중국산 호두 수입을 금지했지만 중국의 압력에 의해서 풀어줬다. 중국의 요구대로 검역이 되면 우리 농산물은 치명타를 입는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푸드시스템이 어떻게 마련돼 있는지, 이와 관련된 예산을 함께 제시했으면 한다. 또 한약재이력추적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생산자 단체가 강하게 얘기하지만 약사·의사·도매상 등이 반대하며 제출된 법안이 흐지부지 됐다. 한약재의 품질이 보장이 돼야 하기 때문에 농식품부가 지휘봉을 잡고 한약재이력추적제도 강력하게 주장해야 한다.

▲최지현=농식품안전관리의 일원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혜택을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적임자는 농식품부다. 보건복지부가 아니다. GAP, HACCP 등 농축산물 품질인증의 비율을 높이고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품질인증 표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농가경영안정 위한 직불제 확대

▲권오복=직불금 인상은 찬성한다. 농가경영안정을 위해서는 심도있게 논의해야 하는 문제다. 농민단체가 강조할 이유가 있는 대안이다. 

▲김호=직불금은 정말 중요하다. 특히 친환경농산물 직불금 문제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확대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직불금 지급은 기간이 제한 돼 있다. 5년이든 10년이든 기간을 늘리고 추후 조금씩 줄여야 한다. 

▲최지현=농가경영안정 대책이 있지만 다양한 제도 도입보다는 ‘밭농업직불제 전면시행’만 주장해도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하나에 집중하는 것도 기대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직불제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공약을 만들어야 한다. 

▲이종인=쌀 직불금 단가 인상은 당연히 주장해야 한다. 쌀 직불금으로는 소득보전이 힘들고 지금 직불금에는 생산비 반영이 미흡한 실정이다. 그러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FTA 무역이득 공유방안 마련

▲권오복=FTA 무역이득 공유에 대한 목소리를 세게 내야 한다. 무엇보다 FTA에 대한 한농연의 입장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해야 한다. 특히 한·중 FTA는 민감한 사안이다. FTA 피해보전직불제는 좀 더 고쳐야 한다. 무역조정법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있는 법이니 조정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정했으면 좋겠다.

▲김호=FTA 무역이득 공유는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같이 참조해서 구체화 시켰으면 좋을 것 같다. 강력히 주장할만 한다.

▲최지현=FTA 무역이득 공유 방안은 농민단체에서 말하고 있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설득력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김창수=지금 정권의 5년은 한·미 FTA로 시작해 한·미 FTA로 끝난다면 차기정권은 한·중 FTA에서 한·중 FTA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한·중 FTA에 대한 대응력이 필요하다.

#기타

▲김호=현장에서 필요한 공약인지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FTA 등 개방화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식량위기. 고령화 심화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농업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적절한 과제를 찾아야 한다.

▲권오복=지난 17대 당시 한농연이 요구한 공약 중 어느 정당이 얼마나 반영했는지 정리하고 분석하는 것도 의미 있다. 또한 차기 정권에는 어떤 농정의 틀을 만들지 생각해야 한다.

▲김창수=위장한 수입상이나 벤더들로 구성된 영농조합이 문제다. 이들은 영농조합으로 둔갑한 형태다. 잘못된 영농조합법인을 지적하고 제대로 된 영농조합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자칫 농민들이 대형업체 벤더와 연계해 대형마트를 위한 생산자로 전락할 수 있다. 자주성 있는 농민이 아니게 된다.

▲김호=위원회를 구축해 농정거버넌스를 실현한다고 하지만 의사결정이 제대로 안된다. 실제로 결정된 것을 해야 한다는 강제성이나 의무성도 없다.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이 반드시 집행될 수 있는 게 진짜 거버넌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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