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들이 3월 혹은 4월중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산 광우병 의심 쇠고기의 수입 재개 여부가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는 가운데, 설 연휴를 앞둔 시점에서 미국에서 광우병 의심 소의 '강제 검역'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한국과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산 광우병 의심 쇠고기의 안전성 및 정부의 위생조건 협상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국민들의 거센 여론의 질타 속에서, 쇠고기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미 FTA를 내년 1월 1일부로 발효시키고자 시도했던 양국 정부 및 재계 등 찬성론자들의 움직임에 의미 있는 제동이 걸릴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한겨레신문 및 방송사들의 보도에 의하면, 문제의 동영상은 미국 동물 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홈페이지에 처음 공개되었다고 한다. 이 동영상은, 이 단체의 한 활동가가 캘리포니아 치노에 있는 고기 포장 회사 홀마크의 도축장에서 지난해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격적인 것은, 병에 걸려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를 지게차로 굴리며 들어 올리고, 전기충격을 주거나 얼굴에 물대포를 쏘면서 억지로 일으키는 장면이다. 검역을 진행한 뒤 도축하기 위해서다.

이에 <워싱턴포스트>도 지난달 30일 이 동영상을 소개하며,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를 억지로 검역받게 만들어 각급 학교 급식에까지 납품됐다고 보도해, 미국 도축장의 위생문제에 대한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소는 ‘다우너’(downer)라 불리는데, 전문가들은 이들 소가 광우병 위험이 있다고 언급한다. 이들 소는 쓰러진 상태에서 배설물 위에서 뒹굴고 있었으므로 대장균·살모넬라균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미국 농무부(USDA)와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장애가 있는 동물이 식품으로 공급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검역 뒤에 주저앉은 다우너들은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미국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규정 자체는 엄격하지만, 도축장에서는 미 농무부 검사관이 하루 두 차례 방문하는 시간을 피해 끔찍한 방법으로 다우너들의 도축을 진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홀마크에서 도축된 쇠고기는 정육회사 웨스트랜드를 통해 미국 전역에 공급됐다. 지난 5년 동안 웨스트랜드는 냉동육 1억 4,600만달러 어치를 판매했다. 웨스트랜드사는 2004~2005년 기간에는 농무부가 수여한 ‘올해의 급식 공급자상’을 받기도 한, 연방 급식 프로그램 육류부문의 최대 규모 공급자다. 웨스트랜드 쪽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며 “우리는 동물 학대를 예방하려고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동영상을 촬영한 활동가는 다른 농장에서의 도축 실태를 전달하기 위해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아프거나 다쳐서 쓰러지는 소들(다우너)을 매일같이 봤다”며 “(도축장) 직원들은 소를 일으켜 세우려고 무슨 짓이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로라도 주립대의 도축 전문가 템플 그랜딘 교수는 “최악의 동물 학대 영상”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국내에서도 동물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정책이 시행되는 가운데, 미국 도축장의 '강제 검역' 동영상은 동물복지 증진이라는 전세계 농업선진국들의 변화 추세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허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광우병은 물론이거니와 대장균 및 살모넬라균 등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은 의심소를 '강제 검역' 및 도축하여 미국 사례와 같이 청소년과 군인 등의 급식용 햄버거용 패티 등에 혼용할 경우, 식재료에 대한 오염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상상 외의 인적 피해가 발생할 우려까지 높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정부 및 검역 당국은, 미국산 광우병 의심 쇠고기의 '강제 검역' 실태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근본적인 대책과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강력히 요청해야 하며, 한-미 FTA의 의회비준 선결조건으로 미국측이 강요하고 있는 부당한 미국산 광우병 의심 쇠고기 수입 재개의 문제점을 엄중히 항의하고 거부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 식품안전권 보호와 한육우 농가의 생존권 보장을 위하여 미국산 광우병 의심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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