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신 : 14일 오후 6시)

통합민주당 최성 의원이 14일 국회 한-미 FTA 청문회 과정에서, 미국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로 분류해 식용을 금지한 부위를, 우리나라가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 특정위험물질에서 제외하고 수입을 허용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예상된다.

최 의원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미국 농무부의 특정위험물질 규정 문서를 제시했다. 최 의원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한-미 쇠고기 협상의 ‘치명적’ 결함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셈이다.

최 의원은 △천추의 정중 천골능선은 꼬리곰탕에 딸려오는 꼬리에 붙은 부분이며, △경추의 횡돌기와 극돌기는 분리가 되지 않은 채 도축돼 사골곰탕에 들어가고 △또 횡돌기와 극돌기는 티본스테이크 부위에도 있으며 △경추의 마지막 부분은 갈비뼈와 붙어 있어 반입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이 물질들이 꼬리곰탕, 사골곰탕에 들어가고 서민들이 먹게 된다”며 “미국 국민은 먹으면 안 되는 광우병 위험물질을 먹는 우리 국민은 생체실험 대상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에 따라 위험물질이 정해진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쇠고기 협상의 책임자인 민동석 농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제가 확인을 해보겠지만 제가 아는 한은 아닌 것(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미국 농무부가 규정한 특정위험물질이 한-미간 합의에서는 특정위험물질로 규정돼 있지 않다. 이번 쇠고기 협상의 중요한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의 14일자 긴급 보도에 의하면, 미국 축산업계가 한미 쇠고기 협상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임을 지난 2월부터 알고 있었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시장의 개방을 오래전에 결정해놓고도 4월 총선과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춰 쉬쉬 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미국 축산협회(NCBA)가 매주 발행하는 소식지 (Cattlemen’s Capitol Concerns, 이하 CCC)는 2월 28일자에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소고기 수입문제에 관한 미국 정부와의 이견을 해소하길 원한다'고 말했다"며 "한국 정부가 한국에 수출 가능한 쇠고기의 연령 한도와 부위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CCC는 "미국 축산업자들은 양국 정부가 조속히 한국 시장을 전면 개방하고 미국 의회의 한미 FTA 비준의 길을 열 수 있도록 하는 협상을 매듭짓도록 계속 압력을 넣고 있다"고 덧붙엿다. 

미 축산협회 회장, 2월에 "한·미 쇠고기 무역 곧 재개" 장담 

CCC는 또한 앤디 그로세타 NCBA 회장이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미국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한 사실을 언급했는데, 당시에도 NCBA 회장의 방한은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려는 미국 업계의 압박으로 해석됐다. 

CCC에 따르면, 그로세타 회장은 "NCBA와 미국 축산업자를 대표해서 한국에 온 것이 무한한 영광이다. 이번 방문에 고무되어 있다"고 밝힌 뒤 "미국이 한국과의 쇠고기 무역을 곧 재개할 것으로 확신한다. 결국 우리는 이런 무역관계를 한미FTA협정으로 더욱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CC에 드러난 미국 축산업계의 입장은 쇠고기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바램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로부터 한달 반 가량이 흐른 뒤 실제로 양국 협상이 재개되고 미국의 요구가 그대로 관철됐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정부로서는 쇠고기 협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국의 요구를 이미 수용할 방침을 세웠다는 의혹에 답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3신 : 오후 청문회 속개, 3시 30분 현재)

(2신 : 오전 청문회 완료, 13시 30분 현재)

1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국회 통외통위 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FTA 오전 청문회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졸속 협상과 동물성 사료금지 완화조치를 담은 미국 연방관보 오역(誤譯) 논란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통합민주당은 정부가 오역 등 무능을 드러내 검역주권을 내주는 등 쇠고기 협상에서 국민을 속였기 때문에 관련자 문책과 함께 재협상을 통해 입법예고를 다시 하라고 정부 여당을 압박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쇠고기 사태가 커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OIE(국제수역기구) 규정 변경에 따라 미 쇠고기 수입 조건도 바뀌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면서 더 이상  정략화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질의서에서 "쇠고기 협상 직전인 4월11일만 해도 정부는 동물성 사료조치 강화없인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한-미 정상회담 직전 이명박 대통령 주재의 심야회의 직후 타결됐다"며 "정상회담용 조공, 검역주권을 팔아먹은 쇠고기 협상 주역들이 이완용과 다를게 뭐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공표한 `강화된 동물성 사료금지 조처'와 다르게 미국은 오히려 불합격한 광우병 소도 뇌와 척수를 제거하지 않고도 동물성 사료로 사용할 수 있는 대폭 완화된 사료금지 조처를 취했다"며 "완전히 국민을 속인 것"이라며 재협상을 촉구했다.

같은당 최성 의원은 "사대주의 노선으로 굴욕적인 광우병 쇠고기 협상과 미국의 외교부장관으로 착각할 만큼 무책임하고 무대책으로 일관한 한미 FTA 졸속 비준동의 집착 등의 책임을 물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사퇴하라"고 했다.

그는 특히 "한-미 FTA 역시 농업생명공학 양해각서 2항을 보면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해 믿을만한 과학적 위험의 근거를 미국에 확신시키지 못하면 한국은 자체적인 위해성 평가는 물론 수입도 거부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쇠고기 뿐 아니라 한-미 FTA도 숭미사대주의에 빠져 졸속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창일 의원은 "광우병 의심소 사료화 금지조치와 관련, 미 관보와 정부 설명이 다른 데 대한 착오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시행중인 입법예고는 본질적인 내용을 알리지 않아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 조치의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고 입법예고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당인 한나라당은 수세에 몰리면서도, 야 3당의 문제제기에 대해 정치 공세라며 대응에 나섰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미국의 쇠고기 생산, 도축, 유통, 소비실태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 논란을 야기한 정부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협상조건을 바꿔 굴욕협상을 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옹호했다.

박 의원은 "미국이 OIE로부터 '광우병 위험통제국가'로 판정받았기 때문에 수입조건도 OIE 조건에 맞게 바뀌는 등 국제기준에 따른 것일 뿐 우리가 조건을 포기하거나 굴욕협상을 한 건 아니다"며 "또 미국에서 소비되는 초이스, 셀렉트급은 수출용으로도 소비되고 있는데도 많은 국민이 수입 쇠고기와 미국인들이 먹는 쇠고기가 다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고흥길 의원은 "야당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선동적인 어휘들로 국민 불안을 가중하거나 정략적으로 쇠고기 문제를 이용하면 안된다"며 "이젠 국민에 대한 먹거리 신뢰를 회복하고 철저하게 관리 검증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통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인 진영 의원은 "민주당이 지난 정권 당시 추진해오던 한-미 FTA 비준을 연기하다 쇠고기 문제가 나오니까 못하겠다고 빠지고 있는데 이것만 봐도 정략적"이라며 "민주당에서 사.보임된 의원이 6명인데, 이는 몸으로 막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후 청문회는 점심식사를 마친 뒤 오후 2시부터 속개된다.

(1신 : 오전 10시, 한-미 FTA 청문회 개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5월 13일 오전 10시부터 14일까지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청문회는 당초 한-미 FTA 체결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하자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광우병 논란 속에서 미국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배종하 농식품부 수산정책실장 등 협상 당시 정부측 책임자와,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 박석운 한미FTA범국본 공동집행위원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17대 국회 회기 내 한-미 FTA 비준 여부에 대해 검토한다는 계획이나, 현재 원내 과반인 151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 3당이 쇠고기 재협상과 연계하겠다는 방침으로 있어 실제 국회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통외통위 김원웅 위원장도 '선 쇠고기 재협상, 후 비준'으로 돌아섰으며, 여기에 덧붙여 "한-미 FTA와 남북총리회담 합의서는 병행처리돼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더욱이 농식품부가 4월 25일 미국 관보에 발표된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에 대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여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당초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 등으로 사용을 금지했다"고 했다가, 통상협상 전문 송기호 변호사와 정치권 등이 "광우병 의심 소라도 30개월 미만이면 뇌와 척수를 제거하지 않고 동물 사료로 쓸 수 있다"고 오역(誤譯)의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이에 지난 11일에서야 농식품부 이상길 축산정책단장은 "영문 자료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이에 정부가 지레짐작으로 국민들에게 거짓 사실을 공표한 셈이라고 야3당과 농업인단체, 시민단체들이 적극 반발하고 있다.

야 3당은 오늘 청문회에서 정부의 미국 관보 오역 문제까지 집중 제기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사실상 이번 청문회는 5월 7일 쇠고기 청문회의 연장선상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한-미 FTA가 18대 국회로 넘어갈 경우 심각한 경제적, 시간적 손해가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 FTA가 우리 경제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한나라당 대변인의 논평은, 350만 농업인과 양심적인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편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 3당은 오늘(13일) 농식품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하고,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내는 등 정부와 여당을 다방면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한농연 및 한-미 FTA 농대위에 참여하는 농업인단체들도, 14일 오전 10시 국회 인근 국민은행 앞에서 기자회견과 삭발을 한 뒤, "美 쇠고기 협상 전면 무효, 한-미 FTA 비준 저지"를 위한 대표자 천막 농성을 전개할 예정이다.

또한 22일 오후 2시에는 여의도 공원에서 1만명의 농업인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여, 축산 농가의 생존권과 국민 건강권을 송두리째 미국에 헌납한 한-미 쇠고기 협상의 전면 무효와 재협상을 촉구하고 한-미 FTA의 국회비준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