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9일자는, 농식품부 내 사무관이 28일 직원 게시판에 ‘장관님 쇠고기 고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고시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고시를 강행한다는 보도와 고시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과연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자괴감이 앞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농식품부 통상관(민동석 농업정책관)이 합의한 한·미간 양해각서(협상 합의문)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장관이 고시를 하지 않으면 쇠고기 협상은 발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고시를 하기 전 야3당과 국민들이 반대하는 점을 들어 (미국과) 추가협상이든 협의든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장관이 용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고시와 입법예고는 가축전염예방법에 따라 장관에게 부여된 권한이지 대통령의 권한이 아니다”라며 “고시를 하면 협상은 종료되고,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무관은 자신의 글을 e메일로 농식품부 전 직원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농촌공사는 '쇠고기 댓글 달기'에 직원 대거 동원

그런데 한국농촌공사는 '쇠고기 협상 및 장관고시' 관련 인터넷의 전 국민적 반발을 누그러뜨리고자 주요 포털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댓글 달기에 직원들을 대거 동원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고 KBS가 보도하였다.

KBS의 보도에 의하면 이달초 열린 청와대 주재의 농식품부 관계 기관 긴급회의 직후, '여론대응 지침서'를 만들었다.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악화된 여론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특히 임직원 5천 명이 모두 홍보 요원이 돼 '유언 비어' 확산을 차단하고, 인터넷 댓글 달기와 홍보물 퍼나르기를 추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사내 전산망을 통해선 이른바 행동 요령까지 배포했다.

쇠고기 토론이 활발한 인터넷 사이트들을 집중적으로 방문해 긍정적인 의견만을 제시하라며 구체적인 예문까지 제시돼 있다.

이 때문에 억지스런 여론 만들기 시도에 한국농촌공사 내 직원들의 반응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KBS는 농촌공사 직원의 인터뷰(모자이크 및 변성 처리)를 보도했는데, "자체가 잘못됐다고 판단합니다.(동원된 느낌이죠?) 당연하죠"라고 발언했다.  

공사 측은 단지 여론 악화를 막는데 직원들의 동참을 독려했을 뿐이라고 해명에 급급한 모습이다. 강태식 농촌공사 기획조정실장은 "댓글 같은 게 잘못된 게 올라오면 정당하게 얘기해주는게 좋지 않냐..그런 뜻이었다"고 말했다.

농촌공사의 대응방안에는 여론 조성 진행 상황을 청와대와 농식품부에 보고하도록 돼있어, 정부가 종용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KBS는 보도했다.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임진모 한국농업대학 학생회장 '탄핵'" 소문까지 돌아

한편 다음 '아고라' 등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의하면 경기 지역 한 사회단체의 활동가가 썼다는 "한국농업대학 학생회장 '탄핵'" 관련 소문이 네티즌들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는 추세여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농업대학의 임진모 학생회장은, 학교측의 '장관 고시' 전면 무효 및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에 학생들을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학교 당국의 처사에 항의하는 단식농성을 진행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국농어민신문 5월 29일자는 "한국농업대학, 너마저..." 라는 1면 머릿기사를 통해, 한국농업대학 학교 당국이 정부측의 지원금 축소 우려에만 급급하여, 재학생들의 '장관 고시' 중단 및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 참여 등을 일방적으로 탄압하는 학교측 대응의 문제점을 집중 보도하였다.

한국농어민신문에 의하면, 한국농업대학 총학생회는 15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14일 촛불문화제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학교측에서는 정문 폐쇄, 예정에 없던 수업 진행을 통한 출석체크 등의 방식으로 학생들의 촛불문화제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측이 이처럼 강경하게 대응한 것은 한농대가 매년 160억원의 정부 자금을 지원받는 상황에서 대학 이름을 내걸고 집회에 참여할 경우 지원금 감소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노복 한농대 교학과장은 “정부 정책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숙명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농업을 이끌어 갈 한농대에서 제대로 된 의견을 언급하기는커녕 학교측이 학생 감금 등의 강경 대응을 실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농대 정문 전광판과 홈페이지에 미국산 쇠고기를 홍보하는 내용을 올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농대가  정부 정책에만 발맞추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임진모 한농대 학생회장은 “한국 농업을 책임져야 할 학교가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를 홍보하고 있고 14일 학생들의 집회 참여를 막기 위해 없던 수업을 만든 후 1시간 남짓 교문을 닫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기말고사를 갑작스레 통보한 것은 물론 기숙사에서 점호를 실시했으며 수업에 불참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의 방식으로 학생들의 문화제 참여를 봉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불참시 벌점을 받는 점호를 17시, 18시30분 두 차례에 걸쳐 실시했다”고 밝혔다. 총학생회 측에서는 학교측의 공개 사과 및 책임자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학교측의 불필요한 통제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번 사태는 예산을 더 받기 위해 지자체장들이 정운천 장관을 지지한 것과 같은 꼴”이라며 “대학 책임자들이 소신을 갖는 것이 농업을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 농식품부 이진 지부장의 양심선언

한편 그 이전인 5월 26일에는,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 산하 농림수산식품부지부 지부장인 이진씨는 조합 게시판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즉각 재협상해야 합니다"는 글을 올렸다고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이 보도했다.

농식품부 공무원이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 재개를 요구하고 나선 글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라 많은 누리꾼들이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프레시안에 따르면 이 글은 지부 홈페이지에서만 현재까지 1만 3000여 건이 넘게 조회됐으며 27일 다음 아고라로 옮겨진 글 역시 1만 명이 넘는 누리꾼이 조회하며 토론 게시판 최다 추천 글 중 하나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프레시안의 보도에 따르면 글에서 이진 지부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발표를 자제해 달라는 기관 측의 지속적인 부탁이 있었고 지부에 닥칠 탄압과 어려움도 고민해야 했다"면서도 "국민의 녹을 먹는 공무원으로서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으로 판단해 입장을 밝힌다"고 전했다.
  
이 지부장은 "농식품부 장관이 그토록 되풀이 했던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규정과 과학적 기준, 안전성이라는 말에 이제는 신물이 난다"며 "OIE에서 정하는 통제국가 등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장관은 알기나 하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정부는 고시를 무기한 연기하고 재협상에 임할 것을 밝히고 미국과 즉각 재협의해야 한다"며 "중ㆍ고교생과 아줌마로 대표되는 촛불 문화제의 개최를 적극 보장하는 등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공무원으로서 느끼는 자괴감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많은 동료들도 같은 심정일것이라는 말을 전하며 "농식품부 공무원으로서 이렇게 자괴감이 많이 든 시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최근 공무원 사회는 머슴론, 전봇대 및 구조조정 등으로 심한 혼란과 사기 저하에 빠져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하지만 앞으로는 "지난 반세기 정권의 하수인으로 살아온 공무원으로서의 자세를 버리고, 진정하게 국민과 민중을 위해 거듭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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