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SA(품질평가시스템)으로 30개월 미만 쇠고기 보증 힘들어

당초 정부는 미국에 EV(수출증명제도)를 요구하겠다고 했으나, 협상 결과 QSA(품질평가시스템)으로 결정됐다.. EV와 QSA 모두 미 농무부 농업유통국에서 시행중인 규율이나, 본질적인 차이는 강제성에 있다.

즉, QSA는 생산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평가에 의해 시행되는 제도이다. 이에 반해 EV는 타 국가에 농산물을 수출하기 위해 생산자가 특정 조건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당초 미국 정부에 EV를 실시토록 하겠다고 국민들을 설득했지만 정부는 이 약속마저도 이행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QSA가 시행되더라도 30개월 미만 쇠고기인지의 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정비돼 있지 않은 상태여서, 실질적으로 미국 축산 유통업자를 검역주체로 세운 결과밖에 안되는 셈이다. 

등뼈, 혀, 내장, 분쇄육, 선진회수육, 사골, 꼬리뼈까지 수입 가능…뇌, 눈, 척수, 머리뼈도 “한국 수입업자가 원할 경우” 수입 가능해

등뼈, 혀, 내장, 분쇄육, 회수육, 사골, 꼬리뼈등에 대해서는 이번 추가협상의 의제로 올리지도 못하였다. 단지 뇌, 눈, 척수, 머리뼈 등에 대해서만 협상이 진행된 것이다.

추가협상 결과 뇌, 눈, 척수, 머리뼈는 통관 검역시 반송조치가 가능하나, “한국 수입업자가 주문하였다면” 얼마든지 수입 가능하여 실질적인 협상 결과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대 위반사항 발견시에도 4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 정부가 미국 내 도축장에 대한 점검 못해…광우병위험물질이 국내 유통된 뒤 한참 후에야 “미국에 수출 중단을 요청할 수 있어”

이번 추가협상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검역주권 관련 조항도 제대로 고치지 못했다.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미국이 수출을 중단할 권리만 보장되어 있을 뿐 한국 정부가 수입을 거부할 권리는 없다.

물론 정부 주장대로과거 불명확했던 도축장 현지 점검절차가 체계화되고 문서화된 것은 나름대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추가협상 내용대로 하면, 한국 정부가 현지 점검을 벌여 실제 수입중단(검역중단)까지 가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실효성이 없으므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만약 SRM이나 월령표시를 소홀히 하는 도축장을 발견하여 한국 정부가 미국에 통보하면, 실무협의가 열리게 된다. 그러나 실무협의는 최대 4주까지 소요되며, 이 때 광우병 의심 쇠고기는 한국 내에서 버젓이 수입·유통이 가능한 상태다.

우여곡절 끝에 실무협의 4주가 지나서 한국 정부가 현지점검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한국 정부가 현지 도축장에 가서 다섯 번 실사를 해서 두 번 문제점을 발견해야만, 한국 정부는 미국에 문제의 도축장에서 도축되는 소에 대해 수출 중단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분명한 것은 문제가 있는 도축장 현지 점검은 한국 정부가 필요하다고 해서 점검할 수 없다는 것이며, 미국의 허락을 얻고 검사하고, 미국의 허락을 얻고 수입중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질적인 검역주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허울뿐인 결과인 셈이다.  

정부·여당, 추가협상 합의문 공개 없이 26~27일까지 관보 게재 강행 방침

그럼에도 정부는,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합의문’을 미리 공개하지 않고 미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의 관보게재(고시)를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쇠고기 관련 긴급 당정협의에서, 추가협상을 통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교역금지 등 대부분의 후속조처가 마련됐으므로 관보 게재 준비가 완료됐다고 보고했다고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이 언급했다.

이와 관련,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협상 타결 이후 일주일이 넘으면 미국이 한국을 불신하게 된다”며 “고시를 이번 주 안으로, 26~27일 중에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고시가 발효되면 국제법적 효력을 지녀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므로, 고시 이전에 두 나라 통상장관이 합의해서 작성한 문서 등을 공개하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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