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는 한미FTA 비준 동의안을 8일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17대 국회에서 동의안 처리가 무산되자 당정 협의를 통해 다시금 한미FTA를 통과시키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한미FTA로 인한 농업의 피해는 누구나 인정한다. 2조2천억에서 8조 8천억원의 산술적피해 뿐 아니라 협동조합 기반 약화, 농관련 업계 피해, 농가자산 축소 등을 감안하면 피해규모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농업피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줄곧 우리정부가 먼저 한미FTA를 통과시켜 미국에 압박을 줘야 한다고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있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게 들리겠으나 실상은 그와는 전혀 다르다. 미국의 경제 위기와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발언을 들여다보면 우리 정부가 얼마나 궁색한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오바마 후보는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자동차 관련 조항과 제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며 의회비준 동의에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민주당이 향후 상·하원 다수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예측하면 이같은 주장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정부 주장처럼 우리가 선비준하면 자동차에 대한 재협상 주장이 철회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또한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미국의 경제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힘을 받고 있다. 미국 보수당의 메케인 후보마저 경제 위기를 시스템의 문제로 규정하며 개편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경제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경색이 세계적인 흐름인 점을 감안하면 한미FTA로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론도 근거가 희박하다.

한농연은 농업의 피해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인 투자자-국가소송제 등이 우리 산업에 미칠 여파를 생각하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지금은 미국의 변화과정을 꾸준히 관찰하면서 우리도 이에 편승할 것인지 냉정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지 맹목적인 충성을 고집해야 할 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각인해야 한다.

(2008년 10월 9일, 한농연 발표 성명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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