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2010년까지 경작 면적이 6ha 수준인 쌀 전업농 7만가구가 육성된다. 또 농약 같은 유해물질을 차단하고 화학비료를 줄여 안전한 먹거리만 식탁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가 시행된다. 허상만 농림부 장관은 23일 ‘10개년 농정 로드맵’(농업·농촌 종합대책)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농·어업인 연금보험료 지원규모가 1인당 연간 8만5천5백원에서 25만6천5백원으로 늘어나고 건강보험료 경감률은 22%에서 50%로 높아진다. 또 영유아 보육비와 고교생 학비 지원이 전농가로 확대되고 ‘농촌 우수교원 확보'‘1군 1명문고 육성’ 등 교육여건 개선도 추진된다.

허장관은 “차질없이 진행되면 2013년 농업인 1인당 연간소득이 5천2백만원으로 늘어 도시근로자의 105%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전업농 육성 등은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계속된 농정 방향”이라면서 “구체적 실천전략이 부족해 실패한 UR정책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농정 로드맵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이어 쌀 재협상, 도하개발아젠다(DDA) 등 다가오는 농업개방 파고에 맞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농촌을 살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핵심이다. 농업인들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선대책 후개방’의 원칙에 따라 농정 개혁과 실천 의지를 담았다.

그러나 이것이 향후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을 남긴다. 정부가 농정 로드맵 10년 이후 희망과 비전 있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중 중요한 것은 로드맵의 대상이 되는 농민들이 얼마나 신뢰하고 따라주느냐에 달려있다. 농림부는 지난해 연말 이 대책안을 발표한 이후 농업계ㆍ학계ㆍ지자체 등 각계의 지혜와 의견을 최대한 반영 보완했다고 한다.
또한 각 지역 토론회에서 건의된 352건의 의견중 242건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무엇을 반영했고 달라진 것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119조 투융자 계획의 재원을 차질없이 확보해나가겠다고 하지만 신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투융자 재원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농업인 지원 4대 특별법을 재개정하고 향후 투융자계획을 3년 단위로 평가, 현실에 맞게 수정 보완해 국가 재정 운용계획에 반영하겠다고하지만 재원확보 방안이 불확실한 것은 물론 타 부처의 힘의 논리에 밀려 제대로 반영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농정 로드맵과 관련, 국민적인 이해와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한ㆍ칠레 FTA 국회 비준과정에서 비 농업계의 농업경시론적인 무책임한 발언을 경험했다. 국민들의 이런 시각으로 농업ㆍ농촌종합대책에 접근한다면 성공하긴 더욱 어려워진다.

또한 정부는 농정로드맵의 추진 방식도 새로운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고하지만 지자체, 정부산하기관, 협동조합 등이 농민중심으로 철저하게 개혁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UR이후 농정실패의 전철을 다시 밝지 않도록 다시 한번 농업계 모두가 새로운 각오와 함께 힘을 모아 대응할 때이다.

IP : 211.20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