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에는 농어업ㆍ농어촌특위가 주최한 '쌀협상 국민 대토론회'가 있었다. 쌀에 대한 '농업계 국민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사람들이 네 시간에 걸친 발표와 토론을 경청했다. 모두가 비장한 마음이였을 것이다.

농민들의 생활은 갈수록 어렵고, 수입쌀 재고는 쌓여만 가는데, 최근 협상은 '현재의 수입물량에 추가해서','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양허'가 어느 선인지를 탐색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 되풀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관세화 유예' 적정대가 얼마나

정부가 쌀 협상을 하는 목적은 관세화 유예를 위한 조건을 탐색하는 것보다 불리하면 언제든지 협상을 중단하고 일방적으로 관세화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떤 조건이면 관세화 유예로 가고, 어떤 조건이면 관세화로 방향을 바꿀 것인지 결단을 내리는 일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첫째, 관세화의 유예의 대가로 논의되는 물량이 결코 작은 물량이 아니라는 점이다. 적어도 지금의 수입량 142만6000석보다 기본물량을 늘리고, 관세화 유예의 대가를 더 얹어야 하는데, 일본이나 대만의 전례를 감안할 때 8%정도는 허용돼야 될 것이란 얘기다. 물량으로 계산하면 2010년경 예상되는 국내의 쌀 소비량 2600만석 내지 2700만석의 약 11%에 해당하는 300만석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이렇게 많은 물량을 매년 수입하고도 국내 쌀값이 안정될 수 있을까? 수급이 맞으려면 지금보다 엄청 적게 생산해야 하는데, 이렇게 적은 물량으로 쌀 소득을 유지할 수 있을까?
유예의 대가를 너무 크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혹시 북한 지원길이라도 막혀버리면 국내 쌀 시장은 붕괴해 버릴 것이다.

둘째, 관세화 유예의 기간은 어느정도나 되고, 그효과는 어느 정도나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유예기간을 DDA협상에다 미뤄 선진국으로 개방하게 되면 5년, 개도국이면 10년밖에 안된다. 또 유예기간이 끝나 다시 관세화로 복귀하면 그 시점에서 관세가 감축되기 시작하는게 아니라, 이미 진행되어온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게 된다.

유예받은 기간 동안 양허한 MMA이외에 민간수입은 허용되지 않지만, 한번 늘어난 물량은 계속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유예기간이 짧으면 실익은 크게 준다.

정부-농민 신뢰 '윈-윈의 길'로

셋째, 만약 관세화를 하려면, 얼마나 많은 물량이 수입될 것인지를 추산할 수 있어야 한다. DDA협상에서 고나세감축율은 어떤 방식으로 결판이 날 것인가? 관세를 적게 감축해도 되는 특별품목제도가 도입될 것인지, 안될 것인지? 우리가 선진국으로 개방을 하게 될 것인지, 개도국으로 하게 될 것인지? 국제쌀값은 계속 올라갈 것인지, 내려도 갈 것인지? 농민들의 격렬한 반대가 뻔한데도 도대체 어떤 사람이 나서서 수입을 하게 될 것인지? 어떤 도정 공장이 나서서 도정을 하게 될 것인지? 생우 수입 저지투쟁과 같은 농민행동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이 모든 요소가 수입량에 미치는 효과를 정확히 평가하기는 정말 어렵다.

앞으로 6~10년이 지난 후 '제2차 관세화 유예 이후의 협상 및 국내대책 국민대토론회'에서는 제2차관세화 유예협상이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 후회 없는 결정을 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정부와 농민들 간의 신뢰는 '윈-윈의 길'로 불신은 '후회의 길'로 인도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점이다.

한농연 정책연구소 이헌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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