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상한 철폐’ 수입국 요구 반영안돼

WTO는 지난달 3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반이사회를 열고 DDA협상의 기본골격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세계무역기구가(WTO)가 지난 7월 31일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 세부원칙(Modality)의 기본골격(Framework)에 합의했다. 기본골격은 고율관세 및 국내보조의 대폭적 감축을 골자로 하고 있어 국내농업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또 향후 진행될 세부원칙협상에 따라 피해 정도는 크게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보조총액의 20% 첫해 감축’ 새로 추가
개도국 TRQ증량의무 면제조항은 빠져

▲기본골격 주요내용=시장접근은 관세수준에 따라 구간을 정하고 고율관세일수록 더 많이 감축하는 조화방식과 민감품목에 대한 신축성부여라는 오시마초안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민감품목의 자기선정원칙을 채택했으나 민감품목의 관세감축과 저율관세 의무수입물량(TRQ) 증량을 연계해 실질적 시장접근을 제공한 것은 초안과 동일하다. 관세상한도 여전히 추후평가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개도국 우대로는 관세감축 공식·민감품목의 수와 대우·이행기간에 있어 우대규정을 구체화하고 특별품목(Special Product)을 인정한 반면 개도국의 TRQ증량의무 면제조항이 삭제됐다.

국내보조는 감축대상보조(AMS)에 대해 감축의무를 부과하고 AMS와 최소허용보도(De Minimis), 블루박스(Blue box)를 합산한 무역왜곡보조총액에 대해 보조수준이 높은 국가가 더 많이 감축하는 것을 토대로 한 것은 초안과 같다. 특히 이행 첫해에 무역왜곡보조총액의 80%수준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새로 추가돼 AMS양허액 대비 평균 90%이상을 쌀 관련 보조에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신축성이 제약될 전망이다. 품목특정 AMS에 대한 상한설정도 여전히 살아있다. 반면 생산제한시책을 전제로 하지 않은 블루박스를 신설하고 지급한도를 농업총생산의 5%로 규정해 과거에 사용실적이 없는 국가도 블루박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블루박스의 지급기준은 추후협상과제로 남겨놓았다. 또한 최소허용보조(De-minimis)는 감축하되 개도국 우대원칙을 고려해 추후협의하고 개도국은 감축의무를 면제토록 했다.

▲실익분석 및 협상전망=농업계 통상전문가들은 기본골격만 놓고 볼 때 우리나라를 비롯한 G10이 주장했던 관세상한 문제가 여전히 논의과제로 살아있고 TRQ증량 반대도 관철하지 못한 것을 아쉬움으로 지적했다. 특히 무역왜곡 보조총액을 이행초기년도에 20%이상 줄여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서진교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구체적인 감축수치를 결정할 세부원칙협상에서 우리나라는 관세상한 철폐와 함께 민감품목의 최소개수 확보 및 TRQ물량 최소화에 협상력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라며 “국내보조의 경우에도 보조총액의 감축률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중요한 협상과제”라고 분석했다.

반면 개도국이 지정한 특별품목에 대해 보다 많은 신축성을 부여토록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며 향후 DDA협상에서 우리나라가 개도국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게 됐다는 반응이다. 한농연 관계자는 “관세감축과 국내보조정책 등에 있어 농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된 만큼 이제는 개도국지위 유지가 절대 절명의 협상과제가 됐다”며 “정부는 전 외교역량을 모아 개도국지위 유지를 위한 협상전략을 수립하고 상대국을 설득시킬 수 있도록 전 국민적 역량도 집중시켜 나갈 것”을 주문했다.

협상시한과 관련해서는 2005년 12월에 홍콩에서 제6차 WTO각료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따라서 이때까지 세부원칙을 합의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용규 세계농정연구원 원장은 “2004년 11월로 예정된 미국의 대선과 10월말로 예정된 EU의 집행위원 교체라는 협상주도국의 정치적 일정에 말려 실질적인 협상은 2005년에 가서야 이뤄질 것”이라며 “대선에서 미국의 정권이 교체될 경우 협상팀을 새로 구성해야 하므로 일정은 더욱 늦춰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향후 협상일정은 WTO사무국에서 제시할 예정이며 올 하반기에도 협상은 열리겠지만 실질적인 의견접근은 어려울 것”이라며 “기본골격이 2004년 7월말 타결을 목표로 지난 4월부터 집중적인 논의가 이루진 것처럼 세부원칙에 대한 논의도 각료회의 3개월 전인 내년 9월경에 본격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각국은 당분간 휴지기를 가지면서 기본골격의 이해타산을 분석하고 세부원칙 협상을 위한 준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진단/ 최용규 세계농정연구원 원장

-“G10그룹과 공조…관세상한 막아야”

최용규 원장은 “기본골격을 철저히 분석하고 입장을 정리하는 동시에 개도국은 민감품목과 특별품목을 통해 우대조치를 받을 수 있는 만큼 협상 전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개도국지위 확보에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 대응방안으로는 “우리나라는 100%이상 고관세 142개 품목의 평균관세가 433%가까이 되므로 관세상한이 설정되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관세상한의 철폐를 위해 G10(농산물수입국) 등 동조국가와 공동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이행 첫해에 국내보조를 총액기준 20%로 줄여야 하는 것과 관련 “쌀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이행시기는 2007년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행이전에 추곡수매제 등을 재검토하고 농업총생산의 5%를 상한으로 생산제한 조건이 없는 새로운 블루박스가 도입됨에 따라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감품목 수가 제한될 경우 품목선정을 놓고 내부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피해분석을 통해 우선순위를 선정해 놓을 것”을 주문했다.

끝으로 최용규 원장은 “2003년을 기준할 때 농산물수출액이 18억2000만 달러 수준”이라며 “개도국 지위가 유지될 경우 수출보조를 유지할 수 있으므로 이행연도 전까지 수출보조를 최대한 늘려놓을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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