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보급 안돼 구매승인시간 너무 늦고 7일이내 대금결제 못하면 카드사용 중단도 농가불만 고조…부정사용 방지효과는 의문

연간 2만ℓ 이상의 면세유 사용 농민들에게 발급되고 있는 면세유 구매전용카드가 농민들의 재정부담과 불편·불만만 가중시킬 뿐 도입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창녕군 고암면 김태홍 씨는 지난 17일 면세유 구매전용카드를 들고 주유소를 찾았다가 난처한 일을 겪었다. 한 명뿐인 주유원이 ARS전화통화로 구매카드승인을 받는데 5분 남짓 걸려 주유하기 위해 들린 여러 대의 자동차가 기다리지 못하고 그냥 가버렸기 때문이다.

평소 친분이 있던 주유원은 짜증을 내색하지 않았으나 왠지 죄인이 된 것 같았다는 김씨는 주유원이 1 ∼2명 뿐인 농촌주유소 실정을 알면서 단말기도 보급하지 않은 채 발급한 이 카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토로했다. 또 김씨는 이 카드 사용 후 7일 이내에 결제통장에 기름값을 입금하지 않을 경우 면세유를 구입할 수 없어 자금회전이 어려워진다고 호소했다. 주유소가 지역농협과 외상결제약정을 체결하면 입금시한을 6개월까지 연장시킬 수 있지만 신용카드와 달리 카드취급점이라 해서 금융기관이 지급보증을 해 주는 것이 아니어서 결국 미수금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주유소가 외상을 기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주유소가 BC카드사에 지급하는 1.5%의 카드수수료와 18만원상당의 전용단말기구입비용이 면세유 가격인상을 통해 고스란히 농민주머니에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면세유 구매전용카드가 면세유 부정사용을 줄일 수도 없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농연창녕군연합회(회장 하태홍)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통해 “농민입장에서 보다 편리하면서도 비용부담이 되지 않는 보완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경남 구자룡기자

□ 성명서 □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창녕군연합회(회장 하태홍)
경남 창녕군 대지면 효정리 219-1 창녕군농업경영인회관(533-2050)

■ 면세유 구매전용카드 누구를 위한 시책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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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세유 구매전용카드 제도가 농민들의 자금난과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며 카드단말기 제조사와 카드회사만 살찌우는 현실을 보면서, 국가기간사업인 농업에 '희망'을 주기 위해 있는 면세유가 '기만'과 '불신'의 매개물로 전락해 있음을 개탄치 않을 수 없다.

■ 정부는 연간 2만리터 이상의 면세유를 사용하는 농민들을 대상으로 구매전용카드로만 결제토록 제도를 개편,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현재 대다수 농민들과 주유소는 이 카드 사용을 보류한 채 불안한 외상거래로 일관하고 있다.

■ 이 카드는 일반 카드단말기에서는 인식이 되지 않아 전용단말기가 필요한데 단말기 보급이 더딘 것이 일차적 이유다. ARS전화를 통한 승인이 가능하지만, 주유원이 5분 남짓 꼬박 전화기에 매달러야 하기 때문에 기피한다. 보통 주유원이 1명 뿐인 농촌주유소에서 이 카드를 사용하려면, 자가용 몇 대가 대기시간을 못 참고 그냥 떠나 버림으로 인해 주유원이 내뱉는 짜증을 감수해야할 실정이다.

■ 더 주목할 것은 주유소가 카드사에 납부토록 돼 있는 1.5%의 카드 수수료는 면세유 가격인상을 통해 결국 농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유소는 손익분기점에 근거해 추가비용을 철저히 면세유 가격 인상으로 충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18만원 상당의 면세유구매카드 전용단말기 구입비용도 농민들이 부담케 된다.

■ 또한 이 카드는 사용 후 7일 이내에 전용결재통장에서 면세유 구입비가 자동 출금되지 않을 경우 즉시 사용중단이 돼 면세유구입을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농민들의 자금회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물론 주유소가 지역농협과 외상결재약정을 체결하면 입금시한이 6개월 더연장되나, 일반신용카드와 달리 카드사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외상을 줄 경우 '떼일 것'을 각오해야 하는 주유소 입장에서 외상거래를 기피할 것은 자명하다.

■ 그렇다고 명분으로 내세윤 부징사용근절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나 기름값을 통장에 입금키로 하고 구매카드소유자와 입을 맞출 경우 이 카드로 얼마든지 면세유를 살 수 있다. 올해 할당받은 면세유를 다 사용하지 않을 경우 내년 할당량이 줄도록 됨에 따라 연말이면 면세유 부정사용이 오히려 증가될 소지가 다분하다.

■ 이해득실에 따르면 이 카드를 사용하는 창녕농민들은 군내 지역농협들이 받기로한 2%의 면세유 취급수수료를 포함, 총 3.5% + α의 추가비용을 부담케 됐다. 반면 BC카드사와 카드단말기제조업체의 이득이 예상된다. 신용카드에 면세유구매전용카드 기능이 추가할 수 있어 카드고객화가 용이해진 농협도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것이다.

■ 따라서 한농연 창녕군연합회는 농민주머니를 털어 엉뚱한 업체와 금융기관만 살지울뿐 면세유부정사용근절이라는 도입취지조차 살릴 수 없는 이 시책을 '현장감이 결여된 탁상공론식 행정의 전형'으로 규정,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04년 8월 23일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창녕군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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