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 이후 가장 우려했던 농산물 분야의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현 단계에서 단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세균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30일‘농업부문 한·칠레 FTA 이행 1년의 평가’보고서에서 “농산물 분야에선 당초 우려했던 것에 비해서는 영향이 적었다고 평가되고 있다”며 “그러나 농산물 중 많은 품목의 관세철폐 기간이 장기간이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관세철폐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한·칠레 FTA 평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은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수출국은 물론 수입국의 작황에 따라 가격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관세감축 효과 이외에 시장 상황 분석과 기타 교역에 미치는 요인을 고려해 FTA 영향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FTA 협상과정에서의 예측력 부족과 함께 정치논리에 휘둘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농산물 분야의 경미한 피해는 계절관세,식물검역 등 ‘방패막’에 따른 착시라며 한·칠레 FTA 1년 성적표를 향후 FTA 협상에 대한 무조건적인 확대논리로 삼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부가 가장 큰 피해를 예상했던 농산물 분야의 경우 포도주를 제외하면 수입증가율이 작년 4월 이후 올 2월까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에도 미치지 못해 양국 FTA가 한국 농업에 끼친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협상 당시 논란의 핵심이었던 포도 수입은 0.4%가 줄었다.

한국산업연구원 김도훈 박사는 “가장 걱정했던 포도 수입은 오히려 줄고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돼지고기는 거꾸로 수입이 늘었다”며 정부의 예측력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특히 “농민단체의 반발 등 정치적 고려 때문에 치밀한 계산없이 정부가 휘둘린 면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사과 배에 대한 관세 인하를 유예해주는 대신 양보해준 세탁기 냉장고 등의 수출증가율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온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라는 것이다.

한농연은 지난 1년 동안 칠레의 농산물 수입이 크게 확대되지 않았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첫째, 큰 피해가 예상되는 주요 품목에 대해 짧게는 5년 길게는 16년간 점진적으로 관세를 감축하기로 했다.
둘째, 칠레의 최대 관심품목인 포도는 자국의 가격상승으로 수출확대가 되지 못했다.
셋째, FTA가 발효된 직후‘과실파리’라는 병충해로 인해 수입제한조치가 취해졌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비록 현재까지는 농산물의 수입이 크게 확대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점차적으로 관세감축의 폭이 커진다는 점이다. WTO체제 출범 이후 그 영향은 단기간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10여년간 누적되었던 것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FTA 또한 농민들의 농정불신이 더욱 커지기 전에 상대국에 대한 철저한 ‘사전영향평가’를 실시·공개하고 협상대상국 선정에 농민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통해 ‘선대책 후협상’에 입각한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한 후 신중히 진행해 나가야 한다.

(국민일보 3월 30일자 기사 및 한농연 3월 30일 성명서 발췌)

(사진 : 국민일보 3월 30일자 사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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