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4시, 가톨릭농민회 정기환 사무총장의 사회로 6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농민대회 1부 행사인 추모식이 시작됐다.
  
  식전공연으로 문예활동가 이삼헌씨의 원혼굿이 있었으며 농민단체를 비롯, 전국민중연대, 범민련, 학교급식네트워크, 민주노동당 등 제 단체 대표단의 헌화와 분향이 있었다.
  
  가톨릭농민회 정재돈 회장의 추모사가 있었으며 가수 박준씨의 추모공연이 이어졌다.
  
  아시아 농민연합(AFA) Mr. Tri Heru Warboyo 의장은 "아시아 농업협회와 아시아 10개 국가를 대표해 이경해 열사의 희생과 정신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며 "앞으로 그의 뜻을 받들어 우리의 투쟁은 계속 될 것이고, 언제나 농민들을 위해 싸우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그는 "다운, 다운, WTO" 라는 구호를 추모식에 참석한 농민들과 함께 외쳤다.
  
  한농연 이홍기 전 회장은 "멕시코 칸쿤에서도 (현지시각 새벽2시) 이경해 열사의 추모비 앞에서 이 추모사가 동시에 읽혀지고 있다"며 "우리는 고인의 영정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세계 1만여명의 민중이 함께 결의하고 있다. 저들은 멕시코 칸쿤에 이어 또다시 홍콩에서 우리를 죽이려 한다. 농민우롱협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성토했다.
  
  시인 송경동 씨의 '당신은 죽지 않았다'라는 내용의 추모시를 끝으로 추모행사가 마무리됐다.
  
  한편, 이에 앞서 오후 2시경에는 2천여명이 국회 앞에 모여 '이경해 열사 정신계승 쌀협상 비준반대 공공서비스 사유화 저지 민중결의대회'를 가졌다

   여의도에 모인 6천여 농민들, 쌀협상비준반대 전국농민대회
  
  

△FTA 상징물을 불태우고 있는 참가자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전국농민대회에 앞서 열린 집회에서 한 농민이 벼나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

  

한농연 고창군 연합회 김기현 전 회장 자전거 상경투쟁      김기현(58)씨는 9월 5일 고창군청 앞에서 출정식을 갖고 5일간 매일 150km씩 자전거로 달려 오늘(10일) 서울로 상경해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했다. 각 시군을 순회하며 '쌀협상 국회비준'을 반대하는 주장을 알려냈다.      - 자전거 상경투쟁에 나서게 된 이유는?      처음 지난 6월말 폭염속에서 450km의 대장정을 홀로 나선 경험이 있다. 당시 쌀협상 국회비준이 무산되면서 한농연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의 국회앞 집회역시 연기됐고, 상경도중 그 소식을 듣긴 했지만 집회연기에 실망하지 않고 계속 달려서 서울에 상경했었다. 상경일이 6월 28일이었는데 '대통령님께 올리는 건의문'을 청와대 민원실에 접수시켰지만 크게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회신내용은 "국회 비준은 가급적 조기에 되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내용뿐이었으며 그나마 청와대가 아닌 농림부의 답변이었다. 오늘 올라오게 된 계기는 정부에서 다시 쌀협상 국회비준을 시도한다는 말에 대책도 세우지 않고 일방적으로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동의할 수 없어서이다.      - 오늘 농민대회에 참여해보니 6월과 다른가?      변한게 없다. 현 정치라는 것은 하루하루 한달한달 변한게 없이 국민과 농민을 우롱만 할 뿐 진보적이고 발전적인게 없다. 오늘 시멘트바닥에 농민들이 왜 앉아있어야 하는가. 마음 편히 농사짓고 싶다. 왜 여기서 울부짖어야 하는가.      - 집에서 반대가 없었나      쌀농사 전에 특용작물을 재배했었다. 지금은 소득을 믿을수가 없어서 수도작만 2만 6천평을 짓고 있다. 당연히 집에서 안식구가 불만이 많겠지만 농업을 살리기 위해 이해해주고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추주형 기자

농민대회 대오, 결의대회 후 국회 앞까지 촛불행진
  
  5시 30분경 전국농민대회 본대회가 열렸다. 몸짓패 선언의 공연과 농민과에 맞춘 전체 참가자 율동으로 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농민대회 1부는 故이경해열사 추도식으로 진행됐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6천여 농민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서정의 한농연 중앙연합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쌀값이 폭락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 농촌은 생계없는 거대한 양노원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농업만큼은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는데 기억한다면 지금 이라도 농민들이 제시하고 있는 농업대책을 받아들여 농업을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의 회장은 “같은 시각 칸쿤에서도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면서 “이경해 열사는 전세계 농민들과 민중들의 가슴속에 남아 WTO에 맞서는 거대한 촛불로 되살아 나고 있다”고 말했다.
  
  연대사에 나선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우리 쌀을 지키는데 노동자, 농민이 따로 없다.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따로없다. 이경해 열사의 정신을 이어 받아서 WTO박살내는 길에 따로 있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위원장은 “농민이 가는 곳에 노동자가 함께 갈 것”이라면서 “11월 부산APEC, 12월 홍콩에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어제(9일) 대법원의 학교 급식조례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의 판결은 농민들 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까지 죽이는 판결”이라고 비판하고 “우리 농민들과 아이들보다 WTO가 소중하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일 민주노동당은 통외통위 상임위실을 점거하고 쌀협상안 상정을 막아냈다”며 “민주노동당에 언제까지 투쟁선봉대 노릇을 할 것이냐는 비판이 있지만 전 당원과 농민, 민중들과 함께 쌀협상 국회비준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정치연설을 통해 “우리 주장은 분명하다. 농사 지은만큼 생산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농업”이라면서 “남아도는 수입쌀로 얻는 대기업과 초국적 자본에 대해 세금을 먹이지 못할 것이라면 수입쌀을 태평양에 던져야 한다. 대기업 이윤추구를 위해서 초국적 자본의 이윤을 위해 농민이 왜 죽어야 하는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문 의장은 “국회비준 막을 때가 왔다. 이 비준을 막지 못하면 우리 농업은 총체적으로 무너진다”면서 “DDA협상을 보고 결정할 수 있도록 DDA협상 이후로 비준시기를 미루자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올 12월 WTO 각료회의를 막기 위해 우리 농민들이 홍콩으로 갈 것”이라며 힘찬 투쟁의 결의를 참자자들과 다졌다.
  
  이어 연대사에 나선 비아깜파시나 알베르토 고메즈 멕시코 대표는 “북반부와 남반부에서 수많은 농민들이 사라져갈 위기에 있으나 농업은 판매만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면서 “칸쿤에서 멕시코 농민단체들과 한국의 농민단체들은 WTO에서 농업을 제외시킬 것을 결정하고 시위를 조직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WTO에서 각국에 농업무역자유화를 강요하는 미국은 자국 국민들에게는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농업자유화는 (멕시코에서) 농촌파괴, 미국으로의 이주 증가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 쌀이 있듯 멕시코에는 옥수수가 있다”면서 “한국인은 쌀을 먹고 산다. 식량은 상품이 아닌 생명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농민이고 농민인 것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농민이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며 “우리는 식량의 안전과 보급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우리의 역할을 부활시키자. 우리 민중의 식량과 식량주권을 지키자”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한국, 멕시코, 아프리카, 남미의 모든 민중은 WTO에 맞서 승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노을이 붉게 여의도 하늘을 물들여가면서 참가자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섰다. 참가자들은 “국회로 가자. 쌀협상 비준을 막자”며 결의문을 채택하고 전국농민대회 2부 본대회를 마쳤다.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농산물 수확물량 100% 보상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중의소리 맹철영 기자

  

△전국농민대회에서 전북 농민들이 농민 대표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맹철영 기자

   7시 40분경,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여의도 열린마당을 반바퀴 돌아 국회 앞까지 행진했다. 손에 손에 횃불과 촛불을 들고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하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긴 행진대열을 이룬 참가자들은 국회 앞을 붉게 물들이며 국민은행 앞으로 대열을 정비했다.
  
  정리집회 발언에 나선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은 "우리 모두가 농사를 짓고 남북이 나눠먹는 아름다운 농사를 짓고 싶죠"라며 참가자들에게 인사한 후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우리 농업은 일찌감치 사라졌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우리 농업을 지켰다. 앞으로도 힘껏 싸우자"고 말했다.
  
  오종렬 상임의장의 발언이 끝난 후 대열 왼쪽에서는 경찰들과 자그마한 충돌이 있었고, 경찰쪽에서 갑자기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흥분한 농민들이 경찰에 항의하며 국회 쪽으로 진출하려하자 경찰은 특수기동대를 앞세워 본대열을 쳤고, 이 과정에서 10여명의 부상자가 생겼다.
  
  공방전이 벌어지던 가운데 무대에서 촬영을 하고 있던 사진기자가 어디선가 날아온 돌에 맞아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부상자는 정확히 밝혀지고 있지 않으며 부상자 중 2~3명은 들것에 실려가기도 했다.
  
  8시 20분경 , 국회 앞에서는 각 농민단체 대표자들이 향후 투쟁방향  참가자들에게 전하고 대회는 마무리 됐다.
<기사제공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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