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날인 11월 11일, 전남 담양의 정용품 한농연 회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쌀개방 정책 속에 어려워진 농촌의 현실을 개탄하는 유서를 남겼다. 

38살 농민 운동가 정용품씨가 찢은 달력 뒷면에 어지러운 글씨로 남긴 유서에는 농업인의 날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젊은 농민의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유서의 첫 머리는 쌀 문제로 농촌이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시작했으며, 이어 '정부가 현실에 맞는 정책으로 농촌이 잘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씨는 '이 한 목숨이 농촌에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며 유서를 마무리지었다.

정씨는 칠순의 노부모를 모시고 논 8000평, 밭 2000평, 농원 700평의 농사를 지었다. 벼 농사외에도 딸기, 채소를 재배하고 염소도 키웠다. 정부로부터 5000만원의 영농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정씨는 자신의 트럭에 개인 홈페이지를 적어 농산물 판매 촉진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소속 회원으로 남면 농협 감사를 맡고 있으며, 지방 주간지 객원기자로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앞장서 왔다.

담양 한농연 이동섭(57) 남면회장은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면서 “한편 농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정씨의 장례는 13일 가족 1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광주 영락공원 묘지에서 치러졌다. 이는 한농연 등 농민단체에서 ‘농민장’으로 치를 것을 권유했으나 유족 측에서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르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한농연은 13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잘못된 농업정책이 건실한 농민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면서 “350만 농민이 얼마나 비통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 예로써 슬픔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성명서>

■ 정용품 농민의 자결 소식에 350만 농민은 깊은 슬픔을 금할 수 없다 ■

- 정부와 정치권은 정용품 농민의 자결의 의미를 직시하여,

농업회생 및 쌀 대란 해소의 근본 대책 수립에 매진해야 한다 -

1. 농업인의 날이었던 지난 11월 11일 오전 10시 경, 전남 담양군 故 정용품 농민은 너무나도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끊었다. 현재 밝혀진 유서의 내용은 “정부는 쌀 문제 등 농촌 정책을 현실에 맞게 세워 농촌을 잘 살게 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 나라와 대중, 농촌을 위해 이 한 목숨을 바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 故 정용품씨는 38세의 늦은 나이지만 남도대학교를 다니며 총학생회장을 역임중이었고 칠순의 부모를 홀로 모시고 사는 등 주위에서 성실한 농민이라는 평판을 들어왔다. 특히, 담양군 남면농협 이사, 마을이장, 한농연 활동 등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었으며, 영농활동에도 아주 열심이었다고 한다.

3. 그런데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암울한 현실은 누구보다도 영농활동에 의욕적이고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던 농민마저 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더욱이 정용품씨가 농민들을 위로하고 농업 발전을 다짐하는 '농업인의 날'에 자결을 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며 우리 350만 농민이 얼마나 비통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4. 또한 살인적인 농가부채와 농산물 값 폭락의 소용돌이 속에서 세상을 등져야만 하는 농민들의 애끓는 소식은 끊임 없이 들려오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눈앞의 당리 당락과 정쟁에만 매달리면서 근본적인 농업회생과 농민생존권 보호에는 너무나 소홀한 실정이다. 실제 정부의 허술한 대응과 잘못된 예측으로 인해 초래된 올 가을의 극심한 쌀 대란은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대책 없는 쌀 협상 국회 비준안의 강행 처리에만 골몰하고 있다.

5. 이번 정용품 농민의 자결을 교훈삼아,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나라의 농업·농촌의 비참한 현실을 직시하고 쌀 협상 국회 비준 이전에 농업회생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매진해야 함을 한농연은 분명히 지적한다. 만약 정부와 정치권이 정용품 농민의 자결해야만 했던 이유를 외면한 채 졸속적이며 무책임한 쌀 협상 국회 비준 처리를 강행한다면, 350만 농민의 성난 농심은 강력한 투쟁으로 화답할 것이며, 정부와 정치권을 역사의 심판대에 올려놓을 것임을 한농연은 엄중히 경고한다.  

6. 다시 한 번 한농연과 350만 농민들은 故 정용품 농민 동지의 자결 소식에 가슴 찢어지는 슬픔을 금할 수 없으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2005년 11월 13일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 故 정용품 농민동지의 유서 내용 -

 

정부는  1. 농촌에 관한 정책을 현실에 맞게 세워 농촌이 잘 살 수 있게 하여야 한다.  ※ 농촌이 정말 어렵습니다.   ☆ 정말 농촌 문제 현실성 있게 잘 세워야 농촌이 산다.   ◎ 쌀 문제  ◎ 기타 교육 문제 등등……  2. 사회가 투명하여지도록 위에 계신 분들 먼저 청렴하여야 한다.  3.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위에 계신 분들이 솔선수범 하여야 한다.  ※ 나라에 충성, 대중을 위해, 농촌을 위해       이 한 목숨이 농촌에 큰 힘이 되기를 바라면서  2005. 11. 11 농업인의 날 鄭  龍  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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