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밤의 한-미 FTA 저지 집회는 자정을 넘어선 시간까지 계속되었다. 굵은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서울광장을 가득 메웠던 농민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노동자들은 한-미 FTA 협상의 즉각 중단과 미국의 부당한 통상압력 철회를 촉구하며 광화문 앞으로 진출하여 강력한 투쟁 의지를 밝혔다. 

한편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협상 결과가 새벽을 넘어 나올 것으로 판단, 30일 오전 협상결과에 따른 새로운 투쟁을 벌이기로 하고 밤 12시 30분경 투쟁을 정리했다. 
   
아울러 범국본은 같은 날 오전 11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FTA협상과 관련한 입장과 투쟁계획을 밝힐 계획이다.

한-미 양국 정부 협상 난항 거듭...쇠고기 전면 개방 여부는 '풍전등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운명이 걸린 최후 철야협상이 핵심 쟁점인 쇠고기와 자동차에 걸려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난항을 거듭했다.

한미 양국은 쇠고기 등 민감 농산물과 자동차, 섬유, 금융 등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면 31일 0시께 타결을 공식 선언할 계획이었으나 쟁점을 둘러싼 진통이 계속됐다.

양국 협상단은 핵심 쟁점에 대한 절충이 실무급 협상에서 막히면서 장관급 최후 담판이 새벽으로 늦춰졌다.

청와대 윤승용 대변인은 "현재 각자 입장에서 이것만은 국익 플러스 여론 때문에 도저히 양보할 수 없다는, 딱 전선을 명확히 한 채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협상 상황을 전했다.

그는 "전망이 정말 어렵다. 항상 마지막 현안 하나 때문에 99%가 물건너 갈 수 있는 거고, 여러 가능성은 항상 남아있는 것"이라고 말해 미국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협상 결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토니 브레토 미 백악관 부대변인도 이메일 성명에서 " 협상이 잘되고 있지 않다"면서 "향후 몇 시간내에 진전의 신호가 없으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이끄는 양국 협상단은 전날 오전부터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마라톤 장관급 협상을 열어 마지막 남은 쟁점을 조율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청와대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으로부터 FTA 협상 진행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쟁점현안에 대한 최종 협상 지침을 내렸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오후 대외경제장관회의도 열고 막판 협상 전략을 논의했다.

양측은 협상이 타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채 진통을 거듭하면서 29일 오후 4시경 협상 연장설이 나돌자 이를 즉각 부인하기도 했다.

스티브 노튼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미국이 협상 연장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협상장 주변에 퍼지자 직접 기자들을 찾아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혜민 한미FTA기획단장은 타결 전망이 확산되자 협상장 밖으로 나와 "아직은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너무 앞서가지 말 것을 주문했다.

양측 협상단은 전날까지의 협상을 통해 의약품과 방송.통신 등 서비스, 투자, 무역구제 등에 대한 이견은 대부분 해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 "협상 48시간 연장" 통고...쇠고기, 자동차, 섬유 등 막판 쟁점 타결 시도

한국과 미국 정부는 한국시간 3월 30일 오전 7시 40분경 협상 시한을 한국시간 기준 4월 2일 새벽 1시까지 연장한다는 데 합의하고 기자브리핑으로 이를 공식 발표했다.

김종훈 한미FTA 수석대표는 31일 오전 7시40분 긴급 브리핑을 갖고 "양측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통 인식에 따라 의회 등과 긴밀히 협의해 당초 예정했던 협상시한을 31일 오전 1시에서 48시간을 연장해 추가적인 협상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측은 조금전에 가진 협의에서 우리측에 이를 공식적으로 알려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협상의 최대 쟁점인 쇠고와 자동차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추가적 시간을 벌었다.

김 대표는 "양측은 어제밤 고위급 협의에서 협상의 진도와 잔여쟁점에 대한 입장차, 그리고 당초 예정시한을 넘겨 추가 협상을 가질 경우 입장차이를 좁힐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당초, 한미 양국이 설정했던 FTA 협상 시한은 한국시간 31일 새벽 1시, 의회 통고 예정시한은 31일 오전 7시였다.

김 대표는 "4월2일 새벽 1시까지 잔여 쟁점의 타결이 이뤄질 경우 한국시간 월요일 오전 6시(워싱턴 시간 오후 5시)에 미측이 의회에 협상의사를 통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종훈 협상 대표의 발표내용 전문

양국은 한미FTA를 타결하기 위해 지난 1주일간 양측이 진실한 노력을 다해왔다. 금요일밤 양측이 가진 고위급 협의에서 협상이 어디까지 왔는지, 또 잔여쟁점에 대한 입장차가 어느 정도인지 평가가 이뤄졌다.

평가를 기초로 양국은 오늘 새벽 1시 추가적 협상을 다룰 경우 마지막으로 남은 입장차를 좁힐 수 있는지도 논의했다.

양측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통인식에 따라 의회 등과 긴밀히 협의해 당초 예정했던 시한 토요일 새벽 1시에서 48시간을 연장해 추가적인 협상을 갖기로 했다.

조금전 가진 협의에서 미국측은 우리측에 이를 공식적으로 알려왔다.  따라서 양측은 앞으로 한국시간 2일 새벽 1시까지 잔여쟁점에 대한 협상을 추가로 갖기로 했다.

새벽 1시까지 타결이 되면 그 이후 일정은 한국시간 월요일 6시(미국 1일 오후 5시)를 시한으로 미측이 의회에 협상 타결의사를 통보할 계획이다. 협상이 마지막 단계에 와있어 추후 타결된 뒤 소상히 알려드리겠다.

요동치는 정치권...찬반 여부 둘러싼 범여권의 분화과정 본격화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시한이 오는 2일 새벽 1시로 48시간 연장되면서 정치권은 주말인 31일에도 긴급대책회의를 여는 등 협상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시한 연장을 통해 국익관철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주문한 반면 우리당 탈당의원들로 구성된 민생정치모임과 민주노동당 등은 시한연장을 `협상타결을 위한 시간벌기'라고 비판하면서 협상중단을 촉구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범여권내에서는 한미FTA 찬반을 놓고 분화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반대' 쪽에서는 한미FTA 비준 반대는 물론, 한덕수(韓悳洙) 국무총리 지명자 인준에 대해서도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특위 및 최고위원 회의까지 취소한 채 협상 동향에 촉각

한나라당은 협상시한 연장에 따라 이날 오전 염창동 당사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당 한.미FTA대책특위 및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한 채 협상 추이를 지켜봤다.

나경원(羅卿瑗)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협상시한이 연장됐다는 것은 양국의 협상타결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한 뒤 "국제 현실에 있어 개방은 불가피한 만큼 협상 종료까지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윤건영(尹建永) 당FTA특위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양측이 타결 의지를 분명히 보인 것이지만 48시간이란 협상 시한은 아직 복수의 중요한 분야에서 좁혀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며 "당은 협상내용이 나오면 충분히 검토한 뒤 비준동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협상 동향에 냉철하고 차분히 대처할 것"

우리당은 오전 국회에서 FTA대책회의를 연 데 이어 2일에는 의원총회을 열기로 했다. 정세균(丁世均) 의장은 "100ｍ달리기에서 99ｍ를 갔더라도 남은 1ｍ가 중요할 때가 많다"면서 "뜨거운 감자는 식혀 먹으라는 말도 있듯이 차분하고 냉철한 상황분석 및 토론이 필요하며 협상 결과에 대한 손익을 정확히 계산해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FTA특위 위원장인 홍재형(洪在馨) 최고위원은 "손익계산으로 봐서 우리측에 불리하지 않고 서로 미국과 윈윈하는 협상내용이 나온다면 비준을 너무 뒤로 미루지 말고 국회에서 빨리 검토해야 한다"며 국회 차원의 속도있는 논의를 촉구했다.

송영길(宋永吉) 당 FTA특위 위원장은 "졸속협상도 위험하지만 졸속비판도 위험하다. 차분한 대처가 필요하다"면서 정치권내 반대 여론을 겨냥했다.

통합신당모임, "미국에 끌려가는 협상, 찬찬히 따지고 비준동의 여부 결정할 것"

통합신당모임 전병헌(田炳憲)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열린 신당모임 긴급집행회의에서 "협상의 전략과 기류에 있어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끌려다니며 국익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협상 내용을 찬찬히 따져보고 추후 비준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신중론을 견지했다.

민주당과 민생정치모임,  "국익과 민생에 도움 안된다면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

반면 민주당 이상열(李相烈)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협상시한 연장은 타결만을 위한 시간끌기로 보여 안타깝다"며 "정부는 타결을 전제로 한 시간끌기에 급급해선 안되며 협상결과가 국익과 민생에 도움이 안된다면 국민과 함께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생정치모임도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소집, 협상중단 촉구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성호(鄭成湖) 대변인은 "현 상황에서 연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노당, "협상 중단시까지 범국본과 동참하여 투쟁 계속"

민노당 김형탁(金炯卓)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미국 의회 일정에 맞춘 굴욕적 협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않는 정부의 소심함과 대범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중단되는 날까지 범국본 시위 등에 적극 동참하며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민노당 권영길(權永吉), 국민중심당 정진석(鄭鎭碩) 의원 등 3개 비교섭단체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협상시한 연장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김근태 의장, "한덕수 총리 인준 표결 반대 입장"

이런 가운데 5일째 단식농성중인 김근태(金槿泰) 의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가간 약속이 공놀이처럼 왔다갔다 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자존심과 줏대는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미국이 편의적으로 제시한 협상시한 연장요구를 받아들인 데 대해 굴욕감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일로 예정된 한덕수 총리 지명자 인준 표결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뒤 "비준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이나 체결 반대가 먼저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 시한까지 단식을 연장키로 했다.

민생정치모임 천정배(千正培) 의원과 민노당 문성현(文成賢) 대표도 "잘해도 손해, 못하면 더 손해인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며 단식농성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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