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8일 오후 2시 30분부터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대강당에서는 한-미 FTA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 주최의 긴급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윤석원 중앙대학교 교수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전대미문의 전 품목 관세철폐로 중장기적으로 농업, 농촌, 농민의 해체적 위기가 가속화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하였다.

쌀 빼고 농산물 전품목 완전개방 신기록 수립...세계 어느 FTA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어

쌀을 제외한 전체 농산물의 관세 철폐가 중장기적으로(10년 내지 20년간) 이뤄지게 됨으로써, 우리 농업은 중장기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며, 특히 후계농업인력의 지속가능한 확보는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윤석원 교수는 "쌀은 쌀 재협상에서 이미 미국에 쿼터량을 설정함으로써  FTA의 논의 의제 자체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료 스스로가 '쌀만은 개방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의제가 아닌 것을 의제로 만들어버리는 우를 범했다"고 꼬집었다.

 

쌀 개방은 의제도 아닌데 언급, 협상력 저하를 자초
미국의 농산물 덤핑 수출, 패권주의적 이중성은 왜 공격하지 않았나?

또한 "미국은 연간 20조원 내외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쌀 농가소득의 약 70%를 보조금으로 충당하는 상황이며, 결국 미국 농가소득의 약 35%가 각종 명목의 국내보조금과 수출보조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적극 공략하지 못했다"고 언급하였다.

일례로 미국의 농업통상정책연구소의 2006년 보고서에는, 쌀의 경우 2003년도 수출 원가가 100파운드 당 18.43달러였는데, 수출가격은 13.68달러로 26%의 덤핑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서강대학교 사공용 교수의 연구성과를 보더라도, 2004년 11월 현재 미국 쌀의 국내 가격은 톤당 397달러였으나 한국 수출가격은 285달러로써 수퍼 301조 등 강력한 통상압력 법령을 가진 미국의 이중적인 잣대와 패권주의적인 대응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은 위생검역상의 이유로 축산물 수입에서 한국산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2002년 이후 미국의 5개 주에서는 국산 감귤류의 수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더욱이 멸균처리된 삼계탕마저도 닭에서 발생하는 뉴케슬병을 핑계로 금수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외교통상부 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정 주고, 마음 주고, 댕기풀어 개방을 맹세한" 졸속 밀실 퍼주기 협상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전체 1,531개 농산물 품목(HS 10단위 세번으로 분류) 중 쌀 관련 16개 품목을 제외한 전 품목을 사실상 전면 개방(중장기 관세철폐, 저율의무수입 쿼터 물량 배정 등)함으로써 우리나라 농업에 궤멸적 타격을 입히는 사상 최악의 협상 결과를 낳은 것이다.

반면, 농업선진국은 물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최대 희생양이 된 멕시코조차 자국 농업을 이처럼 완전 개방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일례로 미국-호주간 FTA에서는 미국은 342개 품목(19%)를 예외품목으로 했고, 호주산 쇠고기 수입 관세를 8년간은 유예하고 18년 후에는 완전철폐하는 쪽으로 가닥잡은 바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는 미국은 유제품, 가금육, 계란, 마가린 등 58개 품목(4.8%)을, 캐나다는 35개 품목(3.4%)을 관세철폐 예외로 했다.

또한 캐나다와 멕시코 사이에는 캐나다가 18개 품목(7.5%), 멕시코가 87개 품목(8.7%)를 예외로 했다.

특히 유럽연합(EU)와 칠레간 FTA에서는 EU는 31.8%,  EU와 멕시코간 FTA에서는 35%의 품목을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하는 등 보통 20~40%의 관세철폐 예외품목을 두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다.

농림부 관계자, "농민단체와 언론의 극단적 평가는 부적절"
"5월중에는 협정문 전문을 인터넷에 공개할 것" 언급

이같은 지적에 대해 농림부의 박현출 자유무역협정2과장은 "일부 언론의 '제3의 개방' 등의 부추기기성 발언이나 농민단체 등의 '졸속적, 농민죽이기 협상' 등의 양극단의 지적에 곤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언급하였다.

그리고 "4월 초 협상이 끝난 상황에서 정부는 협정문의 국문 번역과 분석 작업 등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며, 이러한 협상 정리작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섣부르게 협상 결과를 예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1,531개 품목 중 쌀 관련 16개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철폐 예외품목이 전혀 없다는 농민단체의 지적에 대해서도 "대두, 감자, 오렌지류(성출하기 관세)는 현행 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탈지분유와 전지분유, 연유에 대해서도 현행관세가 유지되면서 쿼터물량에 대해서만 무관세로 할 뿐이다. 만약 이들 유제품에 대해 3%씩 복리로 쿼터를 증량하더라도 20년 뒤에는 현행 쿼터 물량의 17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국민들의 오해를 없애기 위해 "5월 중에는 인터넷에 협정문 전문을 공개하고, 국회에는 영문본으로라도 4월 내에 공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 감귤 다 죽이는 한-미 FTA의 문제점이 집중 지적

 

그리고 지정토론자로 나선 제주대학교의 고성보 교수는 "제주도 농민들은 2000년도 이후 감귤산업 발전을 위해 총 4천ha의 폐원을 실시하고, 4년 연속 감귤 유통명령제를 실시했으며, 만감류와 월동감귤류의 품질 고급화를 위해 뼈아픈 노력과 희생을 치렀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한-칠레 FTA 후속대책으로 총 600억원의 시설감귤 사업을 2007년까지 시행하는 등 감귤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해 왔는데, 한-미 FTA 협상 결과 고품질 감귤상품이 출하되는 3~5월에 계절관세가 적용되도록 하여 이러한 경쟁력 향상 대책의 실효성을 거둘 수 없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4월 18일 오후, 한농연제주도연합회를 포함한 제주도 관내 농민 1만여명은 제주시에서 한-미 FTA 규탄 집회를 갖고 거리행진 등을 진행중이라는 지적도 했다.

특히 제주감귤과 직접 경쟁하는 오렌지가 큰 문제인데, 2008년 한-미 FTA가 발효된 직후 평균관세가 35.3%(일반관세와 계절관세의 평균, 물량 가중치를 두어 계산한 결과라고 고성보 교수가 설명)이던 것이 2015년에는 13.3%로 내려가게 되므로 실질적인 보호조치로서의 의의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또한 1999년 640억원 수준에서 2005년 1,543억원 수준의 규모로 발전한 월동감귤류, 만감류, 하우스감귤류 등 고품질 차별화된 상품들은 결정적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2005년 현재 이들 상품이 제주 감귤산업 조수입 중 차지하는 비중은 25.7%에 이르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매우 충격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만다린류의 대 한국(대 아시아) 수출을 염두에 둔 신품종 개발 및 상품화 연구가 진전중이어서, 향후 제주감귤에 결정적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농업선진국인 호주 대농들도 미국과의 FTA로 파산 지경으로 몰려
한국 정부의 안이한 현실 인식과 졸속적 협상 결과에 충격을 금할 수 없어

아울러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의원은, 한-미 FTA 협상에 있어서 정부가 보여준 졸속 밀실협상의 문제점을 강력히 지적하고, "미국-호주 FTA 이후 호주의 13만 대규모 농가들이 죽을 지경이다. 미국과의 경쟁력도 취약한데, 미국은 각종 비관세장벽으로 철저히 틀어막고 있고, 호주 정부의 각종 지원책과 보호정책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데다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가뭄 등 자연재해로 파산 지경에 다다르고 있다. 농업선진국인 호주가 이럴진대, 한국 정부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하고 강력하게 지적하였다.

4월 17일(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방송 내용 ""호주-미국 FTA 2년, 농축산 행사를 통해 본 호주 농업의 오늘" 듣기

전국한우협회의 장기선 부장은 "미국 등 농업선진국들의 압력으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위험통제국가 지정 기준이 기존 5단계에서 3단계로 완화되었다. 그런데 최근 캐나다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고, 미국의 광우병 소 검사 비율은 0.1%, 생산이력추적제 실시 대상 소는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정부는 도축국 기준으로 쇠고기의 원산지를 정하는 방안에 합의하였다. 이는 국민건강권에 심각한 침해요소가 아니냐?"는 지적을 하였다.

탁명구 한농연 사무총장, "학자들은 한-미 FTA 피해규모 소신있게 밝혀야"

특히 본 연합회에서 지정토론에 나선 탁명구 사무총장은 한-미 FTA의 피해규모에 대해서 학자들은 소신있게 자신의 주장을 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5월 중 정부가 협정문 전문을 공개할 경우, 정부의 압력과 회유에 학자들이 적당히 피해 규모를 축소 발표하여, 결과적으로 피해 대책을 축소 조정할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였다.

정부의 협상 과정이나 피해규모 산정 과정에서 농민단체와 친농업적 전문가는 물론 일선 농민들의 참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고위 책임자가 면피용으로 지역 순회 간담회를 갖고 마치 피해대책을 실질적으로 논의한 양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내용들은 청중 토론에서도 강력히 지적되었다.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의 김용안씨는 "정부가 피해규모와 피해시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않고, 단지 면피성으로 대국민 기만용 대책을 내놓을 우려가 크다"고 탁명구 사무총장의 지적에 힘을 실어주었다.

또한 농가부채 대책 등 기존의 농업대책이 한-미 FTA 등 거대경제권과의 FTA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는데, 농민들은 이번 한-미 FTA로 향후의 부채상환 대책이 다 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이번 농대위의 긴급 토론회는, 한-미 FTA의 문제점에 관련하여 4월 2일 협상 타결 이후 농업계가 최초로 연대하여 진단하고, 한-미 FTA의 완전 폐기와 국회비준 저지를 위한 의지를 다지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탁명구 사무총장은 "앞으로 5월로 예정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파리 총회 대응을 위한 원정 투쟁, 5월 9일 투쟁은 물론, 6월 20일의 12만 농민 2차 총궐기대회 등을 통해 350만 농민들은 정부의 면피성 대책과 눈가리고 아웅 식의 설득 작업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 지적하였다.

그리고 "한덕수 총리가 농업부문 피해에 대해 전액 보상하겠다고 했지만, 한-미 FTA의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협상의 원천 무효화와 완전 폐기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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