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노동·환경을 강화한 신통상정책 발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자동차조항 변경요구를 계기로, 한·미 FTA 타결안 수정을 위한 재협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측은 재협상을 부인했으나 결국 미국 요구에 끌려 재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란 시각이 적잖다.

한·미 FTA 반대진영은 13일 “재협상을 하게 되면 노동·환경 기준 강화로 얻을 실익은 적은 반면, 자동차·농산물·서비스 등에 대한 추가 시장개방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측은 “미국의 구체적 요구가 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신중한 태도다. 노동부 송홍석 국제협상팀장은 “신통상정책 발표 내용만 알 뿐 어떻게 요구해올지는 전혀 모른다”며 “결사의 자유·단체교섭권·아동노동 금지·강제노동 금지·차별금지의 5대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무’를 요구해온다면 재협상까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도 자국 내에서 완전 준수가 어려운 까닭에 중간 수준을 요구해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신통상정책은 미 민주당의 상대적 진보성을 나타낸다”면서도 “협상 상대국의 노동·환경 비용을 높여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측면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일은 미국이 언제든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다만, 의약품 분야의 자료독점권 등 독소조항에 대한 재협상은 잘만 한다면 긍정적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이 겉으로는 노동·환경 등을 거론하면서 실제로는 줄곧 재협상을 요구해온 자동차·농산물 등 다른 분야 이익을 더 챙기려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주노총 강철웅 국장은 “솔직히 노동만 보면 신통상정책이 불리할 것은 없어 보인다”면서도 “노동권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을 지키면 되는 문제이지 굳이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FTA를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재계도 미국의 신통상정책을 반영하는 재협상에는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행동권 등 노동권 보장과 환경 기준 강화시 비용부담이 커지는 까닭이다.

정 전 비서관은 “단순히 보면 반대진영에도 독소조항 때문에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오히려 더 나빠질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오히려 정확한 기준을 세워 투명하고 당당하게 나서지 않는다면 재협상에 반대한다”며 “가장 나쁜 것은 ‘자구수정’ 등의 형식을 빌려 물밑거래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5월 13일자 기사 전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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