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측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추가 협상을 공식적으로 제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16일 "미국 측이 신통상정책의 법 조문화에 대한 행정부와 의회의 합의를 끝내고 추가협의를 제의해와 현재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가 끝나는 대로 이날 중 보도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것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및 김종훈 수석대표 등의 공식 답변을 통해, 미국 측의 추가협상 제의 내용을 검토한 뒤 기존에 타결된 협정문의 균형의 틀을 깨트리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추가 협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경향신문 및 프레시안 등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이미 실무선에서 한-미 FTA 재협상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청와대는 즉각 반발하며 해명에 나서, "FTA재협상 실시보도는 대국민 선동"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술 더 떠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이 "재협상하면 오히려 이득이라더라"고 까지 언급하고 있어 심각한 파문이 예상된다.

민감하고 핵심적인 협상 내용을 건드리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재협상을 하면 오히려 이득"이라고까지 자신하는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언은, 정부 스스로의 협상 전략 전술 등 총체적인 대응 능력에 대한 대국민 불신을 부추기는 역효과만을 낳고 있다.

특히 양국 정상간 정식 서명을 15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와 의회의 파상적인 '벼랑끝 통상 압력'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6월 13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하원에서 열린 한-미 FTA 관련 청문회 등을 통해, 미국 정부와 의회가 전통적으로 내세워 온 '신통상정책(노동, 환경 등의 부문을 국제기준으로 강화할 것)'의 내용보다는, 개성공단 문제, 자동차, 쇠고기 등 양국간 핵심 현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FTA를 비준할 수 없다는 식의 '막가파 식' 대응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 중 하나인 힐러리 클린턴까지 "자동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미 FTA는 실익이 없다, 그럴 경우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혀,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하는 미국 정계와 의회 차원의 전방위적인 통상압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실정이다 .

이 때문에 정부가 밝힌 공식 입장과는 달리, 자동차, 쇠고기, 농업관련산업 등의 분야에서 국익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추가 양보가 이뤄지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이에 한농연은 오는 6월 20일(수) 오후 1시, 서울광장(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한-미 FTA 저지, 한농연 2차 총궐기대회"를 통해, 한-미 FTA의 원천무효와 한-미 FTA 국회비준 저지를 촉구하는 350만 농민들의 투쟁 의지를 분명히 할 것이다. 

한편 미국 측이 추가협상을 제의한 분야와 대상이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노동과 환경은 물론 투자, 항만안전, 의약품 특허를 포함한 지적재산권까지 6개 분야에 걸쳐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재권과 투자자 보호 등의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내용이 이미 협정문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하기보다는 노동과 환경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측의 추가협상 요구가 노동과 환경분야에만 한정될 경우 공무원 노조의 파업권이나 2009년까지 유예된 복수노조 허용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의 추가협상 제의에 대응해 전문직 비자쿼터, 지적재산권, 의약품 등의 분야에서 우리의 이익을 관철할 수 있는 요구를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들 현안이 4월초까지 진행된 FTA 본협상 과정에서조차 제대로 관철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의 전략 전술대로 국익에 부합하는 쪽으로 결론날 가능성은 극히 낮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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