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농가부채 특별법”제정을 위한 100만 농민 궐기대회에 즈음하여

이제 전국의 방방곡곡에서 울리는 농민들의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권때 마다 되풀이되어온 농업파탄 정책은 이제 우리 농민들을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에까지 몰아넣고 말았다.
이미 올 봄부터 수입개방으로 인한 농산물가격의 폭락으로 농가들이 연쇄부도가 예상되었으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채권회수가 몰려있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벌써 6명의 농민이 빚에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문제는 이것이 농가부채로 인한 농가들의 집단 파산을 알리는 서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투자한 각종 정책자금은 이제 회수시기에 이르렀고, UR협상으로 인한 수입개방의 파고를 상홍금융으로 근근히 버티어 온 농가들의 신용상태는 이제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계속되는 농산물 가격의 폭락과 농가 신용의 한계는 이제 우리 농민들로 하여금 야반도주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이외에 달리 선택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는 현 정권은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현 정권초기부터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현 정권은 스스로 약속한 공약마저도 지키지 않았고, 명목뿐인 개혁정책으로 책임을 다 했다는 듯이 지금 농민들의 파산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실제 정권 초기에 29조원이었던 농가부채가 현재 36조원에 이른다는 것은 이를 증명하여 주고 있다.
이제 정부는 농가부채 해결과 농업ㆍ농촌회생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와야 한다.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동안 이미 우리의 농업ㆍ농민 현실은 몇가지 조치로 회생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나버렸다.

농가부채의 가장 주된 요인은 잘못된 정부의 농업정책이다.
일반 기업이나 가계를 중심으로 한 사적 경제와는 달리 농업은 정부의 정책이 성패를 좌우하는 근본요인이다. 이는 농업이 가지고 있는 사회공익적기능 등 공적 성격에 기인하며 따라서 시장경제에서도 농업분야 만큼은 정부가 정책에 깊이 개입하는 것이다. 더구나 농업의 희생을 바탕으로 경제를 운영해 왔던 역대 정권과 현 정권은 농가부채의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다.

아울러 현재 심각한 농가부채로 인한 농업의 위기는 농민의 몰락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농가들의 집단적 파산 사태는 필연코 우리농업을 회생 불가능의 지경으로 몰아넣을 것이며, 농업기반의 상실은 필연코 우리경제의 토대를 그 밑바닥부터 붕괴시킬 것이다. 농가부채 문제를 정부가 책임지고 개입해야 하는 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경쟁력이 없는 기업을 퇴출시키는 구조조정과는 전혀 다르다. 농업의 토대를 외면하고서는 현 정부는 결코 이 경제 위기를 벗어 날 수 없다.

일시적인 처방의 남발로는 결코 농가부채를 해결할 수 없다. 당장 수술을 해야 할 환자에게 진통제 주사 몇 번으로 어찌 회생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기에 농민대회를 앞두고 허겁지겁 발표한 정부의 추가 대책을 우리는 단연코 거부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하루빨리 “농가부채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이는 농가부채문제를 정부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다. 농가가 부채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출 때까지 정부가 해야할 최소한의 책임과 역할을 다 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오늘 전국에서 외치는 이 농민들의 소리를 정부는 겸허하게 들어야 할 것이다.
“농가부채특별법”제정만이 농민들이 농업을 포기하는 극단적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것과 농업의 회생을 위하여 반드시 거쳐야 만 하는 길임을 정부는 인식하고 시급히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2000년 11월 21일

농가부채특별법 제정을 위한 전북농민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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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 전북도연맹, 한농연 전북연합회, 농촌지도자 전북연합회, 전북여성농민회연합, 카톨릭농민회 전북지회, 전북4-H연맹, 한여농 전북연합회 이상 7개단체

농업ㆍ농촌ㆍ농민회생을 위한 요구사항 -------------------------------------------------------- - 농가부채의 근본적 해결방안인 농가부채대책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 - 대통령과 여ㆍ야의 공약사항인 마사회의 농림부 환원을 즉각 실행하라 - WTO 농산물 협상의 철저한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 - 우리 농업 죽이는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 제2단계 협동조합개혁추진 방안은 기만이다.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즉각 재수립하라 - 논농업 직접지불제 지원단가를 ha당 50만원으로 상향조정하라 - 현실적인 재해보상을 위한 농업재해보상법을 즉각 제정하라 - 농산물가격을 보장하는 가격안정 대책을 즉각 제시하라 - 2001년 농업예산은 최소한 정부의 재정증가율만큼 확대하라 - 2001년 쇠고기 시장의 완전개방에 대비, 축산농가 보호대책을 즉각 수립하라 - 농촌교육 및 의료, 치안 공백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여 농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