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할 만한 한우산업보호대책을 즉각 마련하라

<호주산 생우수입에 즈음한 긴급 성명>

16일 호주산 생우 6백63두가 들어왔다. 생우의 도입은 농산물수출국들의 한국시장 공략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한우사육농가들은 크나 큰 우려와 공포를 떨쳐버릴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국내 한우사육농가들은 쇠고기시장완전개방에 따라 송아지입식을 꺼리며 도축물량을 늘리는 사실상의 사육포기에 들어갔다. 때문에 한우암소도축두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육기반자체가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까지 낳기도 했다.

실제로 작년말 한우사육두수는 1백60만두 수준으로 99년 2백만두에서 크게 감소했다. 쇠고기 시장의 완전개방을 우려한 농민들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력으로 일관해왔다.

또한 생우가 수입된 바로 그날 정부는 부랴부랴 ‘한우산업발전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생우수입이 가져올 파장을 애써 무려하기에 바쁜 모습을 보여줬다. 왜 하필이면 한우산업발전대책이 그날 발표됐어야 했는지 우리 농민들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생우수입은 작녀부터 예견됐던 바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한우산업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사육농가의 불안심리를 미연에 방지했어야 옳았다. 또한 한우산업발전대책의 요지를 농민들에게 충분히 이해시키고 설득시킴으로써 한우사육의욕을 고취시켰어야 하지 않았던가.

정부는 2010년까지 현재의 사육두수 1백47만두를 2백25만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마스터 플랜을 제시했다. 우리 농민들은 이러한 정부의 대책이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없는 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부터 한우사육기반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육성대책을 세우지 못했던 정부가 과연 생우수입사태에 직면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타개할 만한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감출길이 없다.
또한 사육농가의 불안심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방책으로 사육두수를 늘리겠다는 것인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한우는 쌀과 함께 우리농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써 그 상징적 의미가 너무도 크다. 만약 한우산업이 무너진다면 우리농업은 다시 회생하기 힘든 깊은 수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입된 생우를 6개월 이상 사육하면 한우로 인정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쇠고기 유통시장은 또한 어떠한가. 쇠고기 소비는 이후 계속 늘어날 것이 분명한데도 농민과 소비자를 함께 보호할 수 있는 원산지 표시제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또한 수입육과 한우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하는 쇠고기구분판매제도는 WTO규정에 어긋난다는 판정을 받아 우리정부의 외교협상능력을 의심케 했다.

이번 호주산 생우수입으로 한우사육농가를 비롯한 모든 농민은 어느때 보다도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한우사육기반의 붕괴는 전체 우리나라농업의 붕괴로 귀결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한우사육기반을 실질적으로 다질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지속적인 투자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한 2010년까지 2조4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생색내기용이 아닌 한우산업을 튼튼히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출이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는 바이다.

2001년 4월 18일

(사)한국농업경영인 충청북도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