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강우현)와 본보가 공동 주최한 ‘쌀 조기관세화의 합리적 논의를 위한 긴급 전문가 좌담회’에선 쌀 조기관세화 문제에 대한 공방이 오고 갔다. 2014년까지 MMA(최소시장접근) 물량이 매년 2만톤 씩 늘어나는 부담을 없애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관세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과, 관세화로 전환 됐을 경우 시장 불안요인이 존재하는 만큼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관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특히 농민들은 관세화 논의에 앞서 정부가 쌀 종합대책을 제시해 불안 심리를 해소시킬 것을 주장했다. 좌담회 내용을 정리한다.

◆일  시 : 2010년 5월 11일
◆장  소 : 한농연회관 강당
◆참석자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좌장)
-배종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태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정명호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정책과 사무관
-문병완 전국농협RPC협의회 부회장
-김지식 한농연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
-차홍석 한농연 경기도연합회 부회장
-김문식 한농연 대전광역시연합회 부회장

▲이정환=지난해 여름 이후 쌀값이 떨어지기 시작해 지금까지 쌀값 하락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슈퍼의 쌀 판촉활동이 쌀값 하락의 한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먼저 현지 동향을 들어보고 싶다.

“핵심은 관세율…국내생산 위협없다”주장에
“정부, 관세화 실익만 강조…불신 해소 못해”
“농민 동의 얻으려면 쌀값 보장방안 내놔야”

▲차홍석=현지 쌀값이 상당히 불안하다. 2009년산 쌀을 상당히 많이 매입하다보니 재고물량이 늘어나 애로사항이 많다. 그러다보니 시중 대형마트들이 이런 상황을 파악해 RPC에 행사성으로 헐값에 쌀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미의 경우 현재 가마당 11만원선까지 내려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에서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자세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정명호=현재 농식품부는 통계청 자료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자료는 5월 5일자 산지 쌀값인데, 전국 평균 13만3000원 정도로 파악됐다.

▲차홍석=농식품부에서 파악하는 것은 정상적 거래를 보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경기도 지역 쌀값을 15만원 대로 보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 예로 밀어내기 형식의 쌀값은 파악하기 어렵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경우 영업비밀 때문에 출하가격을 발표하지 않아 그렇지 현지 상황은 농식품부가 파악하는 것보다 상당히 심각하다.

▲이정환=농식품부 쪽 말대로 현재 쌀값이 평균 13만3000원 정도라도 작년보다 16% 가량 떨어진 수치다. 이에 관세화를 해서 의무수입 물량을 좀 줄여보자는 주장이 있는 반면, 이렇게 어려운데 관세화해서 수입쌀이 더 많이 들어올 경우 농가 피해는 더욱 커진다는 주장이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배종하=관세화 이후 쌀 수입 증감 예측은 사실상 파악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관세율이다. 만약 관세화로 갈 경우 국제가격과 국내가격 차이를 고려해 관세율을 정한다. 그런데 국제가격 또는 국내가격을 정하는 것은 매우 다양하다. 극단적으로 국내가격을 가장 높게, 국제가격을 가장 낮게 정하면 가격 차이가 많아져 관세율이 높아지고, 그 반대의 경우는 관세율이 낮아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관세율이 얼마나 설정될지는 조기 관세화 논의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김태곤=관세화로 전환될 경우 30년 이후의 장기적 관점에서는 모르겠지만 10년 정도까지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의 경우 조기관세화를 논의할 때 핵심은 MMA 물량을 동결시킨다는 것이었고, 또 향후 35년간 수입쌀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관세화로 전환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수입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종하=덧붙이자면 최근 MMA물량으로 밥쌀용 쌀이 들어와 쓰이고 있는데 인기가 없고, 판매에도 어려움이 있다. 오히려 밥쌀용 수입쌀을 판매하면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볼 때 개인적으론 관세화로 전환한다고 해서 수입쌀이 국내 생산을 위협할 만큼 수입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정환=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농민들은 관세화 전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어떤 점을 우려하고 있나.

▲차홍석=문제는 이런 논의가 우리나라 경제는 성장하는데 농민 소득은 정체돼있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쌀값을 15만원으로 한다면, 20~30년 후에도 쌀값을 15만원으로 가정하고 파급영향에 대해 분석한다는 것이다. 또 만약 정부 말대로 관세화가 되더라도 수입물량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수입물량이 늘어날 경우에 작용할 획기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런데 정부나 관세화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수입이 안 된다고 하면서, 대책을 내놓으라면 대책을 내지 않고 있다. 

▲김문식=밥쌀용 쌀이 인기가 없다고 하지만 대학가 주변이나 단체급식 등에서 수입쌀을 섞어 쓴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수입된 밥쌀용 쌀은 드러나게 사용되지 않는 측면이 있어 정부가 파악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 수입쌀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인기가 없을 것이란 예측은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이정환=2015년 이후에도 관세화 재유예 가능성 있고, 지금 관세화 하는 것은 그것을 포기하는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정명호=설사 2015년 이후에도 관세화 유예를 받는다 하더라도 MMA 물량을 늘리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MMA 물량 부담이 있는데, 농업인에게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배종하=2014년 협상 때 관세화 유예 연장을 법률적으로 하지 말라는 규정은 없다. WTO 조직은 규정에 맞지 않더라도 합의가 이뤄지면 합의된 내용으로 가능 경우가 있다. 절대적으로 관세화 유예가 막혔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관세화로 가면 DDA 협상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그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WTO 회원국은 우리가 관세화 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관세화를 한다고 해서 우리가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제판단으론 지나친 걱정이다.

▲이정환=쌀 관세화를 하려면 결국 실제 득이 될 것이냐 실이 될 것이냐를 따지는 것이고, 사후 책임 문제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관세화를 하려면 상당한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쌀 조기관세화에 대한 이득은 결국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인데, 수혜자가 적극적 추진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부담이 있는 것 같다.

▲정명호=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이해당사자가 농민들이다 보니 농민 입장을 완전히 배제 하고 추진하긴 어렵다. 관세화 여부는 농업계 이익이 되냐 안 되냐를 보는 것으로, 쌀 재고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중 하나가 관세화다. 그런데 관세화를 하기 위한 선제 조건으로 대책을 또 내놓으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리고 올 연말이면 쌀 원산지 표시가 전 음식점으로 확대된다. 현재 원산지 단속 이후 수입쌀 판매가 잘 안 되고 있다.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겠지만 선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차홍석=지금 정부는 관세화 했을 때의 실익 문제만 홍보 하고 있다. 가령 심리적 요인으로 시장이 잘못됐을 때 같은 가상적인 시나리오는 말을 안 한다. 쌀시장이 무너질 경우 어떤 대책들이 있는지를 말해야 된다. 관세화로 가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말하면 농민들도 심한 반대를 안 할 것이라고 본다. 정부에서 안일한 생각으로 우리는 이렇게 가겠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농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이다.

▲배종하=관세화 여부는 결국 쌀을 어떻게 볼 것이냐의 문제인 것 같다. 지금 농민들 문제는 관세화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 할 것이냐다. 정부도 쌀을 시장경제 맡긴다고 했지만, 정치적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이번 20만톤 추가격리를 봐도 그렇다. 원칙적으로 경제학자들은 시장에 맡겨야 되는데, 우리 현실상 쌀을 시장에 맡길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수확기에도 불안해하지 않을 정도로 물량을 흡수하거나, 좀 더 안정적 장치를 마련하는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고민을 해야 된다.

▲차홍석=정부가 MMA 물량이 덜 들어오기 때문에 우리에게 이득이라고 하지만 심리적 요인의 시장불안 문제가 크다고 본다. 최근 천안함 사태 이전에 일부에서 북한의 쌀 보내기 얘기가 오갔고, 그 당시에 쌀값이 소폭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 지원 얘기가 없어지면서 쌀값이 내려갔다. 이후 정부에서 격리한다는 소문이 나자 다시 보합세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만 봐도 관세화 했을 때 분명 우리 쌀 시장에 심리적 요인이 작용해 영향을 미칠 것이다. 왜 정부는 그런 생각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문병완=관세화 여부에 대해 문제의 초점이 정부와 농업인 간 관계에만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만약 관세화로 갔을 경우 쌀 재배농가가 급격히 감소해 쌀 자급능력이 떨어졌을 때 정부의 대책은 뭔지 묻고 싶다. 다시말해 쌀 관세화 문제를 식량안보 개념에서도 접근해 봐야 한다는 소리다. 나아가 쌀 관세화가 국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쌀 자급자족이 이뤄진다는 전제가 없는 상태에서 관세화 문제가 논의돼서는 안된다.

▲이정환=농민들은 관세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는데, 정부는 못한다고 한다. 관세화 문제가 표류하면 결국 손해는 농민일 것이다.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 요청도 필요해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차홍석=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쌀값을 보장해 주겠다고 한다면 관세화에 대한 이견이 없을 것이다. 또 시장에서 쌀값이 갑자기 폭락할 때 정부가 일정부분 기금을 마련해 시장이 불안할 때 충분한 물량을 격리 시키겠다고 나와야 된다.

▲김태곤=올해의 경우를 보더라도 쌀 소득보전 직불제가 있음에도 단경기에 대응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목표가격을 어느정도까지 보장하고 단경기 쌀값이 하락했을 경우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

▲문병완=관세화 문제는 국민 정서적으로 민감한 문제다. 정치적 결단을 어떻게 내리느냐가 중요한데, 농민들의 동의를 구하려면 쌀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인상시키거나, 타 작물 재배시 지원하는 고정직불금 외에도 변동직불금을 지급한다면 농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수 있을 것 같다.

<김관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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