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장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을 두고 여야 갈등이 깊어지며, 이 외 농정 현안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230만 농업인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무엇 보다 특정 품목에 대한 지나친 정책 집중으로 품목 간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어, 그 어느 때 보다 정치권의 균형 잡힌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2. 5천만 국민의 주식이라 할 수 있는 쌀 산업의 지속성과 경쟁력 확보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치권의 출구 없는 공방은 무책임을 넘어 직무유기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시설원예 난방비 급등, 사료가격 인상, 한우 가격 하락, 꿀벌 폐사 등으로 축산‧원예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면 농업용전기‧면세유‧무기질비료 등 주요 농기자재 가격 상승과 인력 수급 불안으로 품목을 가리지 않고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3.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농가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대비 13.4% 하락한 100.4로, 2016년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는 농가가 생산하여 판매하는 농산물과 농가가 구입하는 농기자재 또는 생활용품의 가격상승폭을 비교하여 농가의 채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우리 농업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4. 그런데도 정치권은 농업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불필요한 정쟁을 이어가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무엇 보다 여야 협의를 거치지 않고 한 쪽이 일방적으로 양곡관리법 처리를 강행할 경우, 집행 기관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농업인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농촌 현장에서는 농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 지난달 30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 결정 후 김진표 국회의장은 최종 처리 전까지 농해수위를 중심으로 찬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하였다. 따라서 정치권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농업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를 시작으로 앞서 언급한 농정 현안 해결과 농업‧농촌의 미래 발전 방향 제시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

2023년 2월 8일

사단법인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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