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시장 전면 개방을 늦추기 위한 대가로 중국에게는 사과, 배 등 과일 4종에 수입위험평가절차를 추진하고, 아르헨티나에는 닭고기, 오렌지 등에 대한 수입위험평가를, 캐나다에는 사료용 완두콩, 유채유 관세인하를 추진하는 등의 이면합의를 해주어 350만 농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이번 협상과정에서 어떠한 이면계약도 없었으며 수입위험 평가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시장개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하고 수입절차 기준을 강화하고 국내 농가 타격을 고려해 중국산 농산물 개방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도 "이번 조처로 검역기간이 다소 단축될 수는 있겠지만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기준을 완화한 것이 아니어서 국내 과수시장에 끼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어떻게 해석을 내리든 간에 식물검역상 수입위험 평가절차를 신속히 한다는 것은 수입장벽을 사실상 제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번 부가적 합의사항 공개과정을 보면서 지난 2000년에 타결된 중국과의 마늘협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정부는 중국과의 마늘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산 마늘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면서도 이를 감춰오다 뒤늦게 알려져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있던 한덕수 현 경제부총리가 사임했던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한농연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은 농업분야 통상협상에서 이면합의가 난무하고 특히 정부의 소극적인 협상태도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에 한농연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쌀 협상이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될 수 있도록 강력히 대응하기로 결의"했으며, "적극적인 자세와 실천이 없는 반농업적 정당은 4ㆍ30 재보선을 기점으로 엄중한 평가가 있을 것"을 강력히 경고했다.

정부는 수입개방 파고로 부터 농업기반을 보호하고 수입 쌀의 밥쌀용 시판 계획 등으로 가뜩이나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농민들의 영농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본문 : 한농연 4월 13일자 성명서 및 연합뉴스 경제 칼럼 발췌

사진 : 한겨례 4월 12일 "쌀개방 늦췄지만 사과·배 농가 청천벽력"

IP : 211.20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