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쌀 관세화 유예협상의 실태규명 특위'는 지난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쌀협상과 관련한 농림부의 보고를 청취했다. 이날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쌀 협상 전략의 문제점, 쌀 협상 과정에서 `이면합의' 존재 여부, 농민 대책 등을 집중 추궁했다.

여야 의원들은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전략적 오류를 범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야 의원들은 특히 쌀 관세화 유예를 추가 연장할 경우 `추가적이고 수락가능한 양보'를 해야 한다는 세계무역기구(WTO) 부속서 규정과 관련, 정부가 이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협상에 임했을 경우 쌀과 관계없는 농수산물에 대해 수입장벽을 낮춰달라는 외국 정부의 요구를 수락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이시종 의원은 "추가적이고 수락가능한 양보는 쌀에 국한된 규정인데 사과와 배 등에 대해 양보한 것은 이중으로 양보한 것"이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박홍수 농림부장관은 "WTO 규정은 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며 "변호사 자문과 학계,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은 결과 쌀 이외 품목을 포함시키는게 보편적인 해석"이라고 말했다.

 

특위 의원들은 정부가 쌀 협상을 하면서 쌀과 관계없는 농수산물에 대해 수입장벽을 낮춰주는 양보안을 패키지로 타결함으로써 사실상 `이면합의'를 했다고 보고 이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나라당 이방호 의원은 주중대사가 `양자현안문제가 합의되지 않는다면 쌀협상이 어렵기 때문에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보고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정부는 부가합의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처음부터 사과와 배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면서 "정부가 계속해서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 전 장관은 "이면합의는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별도의 문서가 있는 것"이라며 "이면합의는 없었지만, 쌀 이외의 부가적인 문제는 합의할 방침이라는 사실은 국회에 보고했다"고 반박했다. 

 

특위 의원들은 농어민 피해 등 관세화 유예 이후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추궁했다. 특히 의원들은 정부가 중국과 사과 및 배에 대한 부가합의 사실을 제때 공개하지 않음에 따라 과수농민이 무방비 상태에서 수입개방 충격을 맞았다고 주장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시종 의원은 "정부가 지난해 12월30일 WTO에 협상사실을 통보할 시점이나, 중국과 합의를 이뤘던 지난 1월30일에 국민에게 알렸어야 했다"며 "과수농에 대한 경쟁력 제고방안도 마땅치 않고, 수입피해 대책도 없기 때문에 사과.배 농가가 폐농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수입쌀 시판 이익금으로 `농수산물 수입피해구제기금'을 만들어 사과.배 농가를 지원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박홍수 장관은 수입피해구제기금 신설에는 난색을 표시하면서도 "2013년까지 2조5천억 예산을 투자해 과수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대책을 갖고 있다"며 "과수생산유통부문과 품질제고에 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허 전 장관은 정부가 부가합의 사실을 적기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해 12월22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모든 문서를 전부 공개한다는 지침을 만들었기 때문에 투명성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라며 "지난해 농해수위 회의에 참석할때마다 정확한 내용을 설명했고, 개별적으로도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의원들은 정부가 10년간 쌀 관세화 유예에 합의하면서 5년차인 2009년도에 이행상황에 관한 다자간 중간 점검실시를 명기한 것과 관련, 수입개방확대 압력의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재길 대사는 "협상 상대국들이 5년 후 중간점검에서 나머지 5년을 줄지 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해서 협상결렬 상황까지 갔다"며 "법률적으로 10년이 확실히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쌀재협상 과정의 의혹을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협상과정에 대한 국정조사 결과가 쌀을 보호 하기 위해 다른 작목에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농민들 간의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협상 상대국과의 쟁점으로 비화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농연을 비롯한 농민단체는 이번 국정조사를 통하여 협상과정에서의 진실과 이면합의 사항을 밝혀 쌀생산 농가의 소득감소에 대한 피해뿐만 아니라 다른 작목에 대한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또한 이번 국정조사를 계기로 정부는 협상과정에서 또는 협상결과를 받아들 때 또다시 국익을 핑계로 농촌을 포기하거나 농민이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정조사는 국민적 의혹을 해결하기 위한 것인 만큼 철저한 사실규명을 통하여 쌀 재협상 과정에서 제기된 국민적 의혹을 남김없이 해소하고 쌀 재협상이 국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사진 : 연합뉴스 5/26

기사발췌 : 연합뉴스 5/26 , 한농연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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