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은 농민들의 피에 화답하라"
 
농민들의 고귀한 희생, 농업 회생의 밑거름으로

 지난 23일 오후 3시 12분, 전국 각지에서 비준 저지 투쟁을 펼치던 많은 농민들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국회 본회의에서 쌀 협상 비준동의안이 가운데 찬성 139, 반대 61, 기권 23표로 표결 통과된 것이다. 9월말부터 진행된 나락적재투쟁도, 농민단체장들과 강기갑 의원의 단식농성도, 정용품ㆍ오추옥ㆍ한상민 농민의 고귀한 희생의 의미에 대해서도 정부와 정치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농업회생의 근본 대책 없는 쌀 협상 비준만은 안된다는 농민들의 간절한 외침과 투쟁은 그들 앞에서는 공염불뿐이었으리라.
 또 다시 가슴 아픈 소식이 들려왔다. 23일 밤, 창원 경남도청 앞에서 경찰과 대치중이던 진성규 농민이 분신 자결을 시도했다는 급보가 날아오기가 무섭게, 다음 날 새벽 충남 보령에서 전용철 농민이 끝내 운명을 달리했다.

11월 15일 농민대회 당시 경찰의 과잉 폭력진압으로 인한 뇌출혈로 두 번의 대수술 후에도 끝내 일어나지 못한 전용철 농민은,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여러 차례 경찰의 저지선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재작년 9월 20일, 이경해 열사의 청와대 앞 노제길을 폭력진압으로 막아선 경찰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절망적인 심정, 우리 농민들은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또 다시 가슴 아픈 소식이 들려왔다. 

23일 밤, 창원 경남도청 앞에서 경찰과 대치중이던 진성규 농민이 분신 자결을 시도했다는 급보가 날아오기가 무섭게, 다음 날 새벽 충남 보령에서 전용철 농민이 끝내 운명을 달리했다. 11월 15일 농민대회 당시 경찰의 과잉 폭력진압으로 인한 뇌출혈로 두 번의 대수술 후에도 끝내 일어나지 못한 전용철 농민은,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여러 차례 경찰의 저지선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재작년 9월 20일, 이경해 열사의 청와대 앞 노제길을 폭력진압으로 막아선 경찰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절망적인 심정, 우리 농민들은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24일 전용철 농민이 운명하던 바로 그 시각, 재경부 차관은 “농업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농가인구 8%는 과다하다”는 발언으로  성난 농심에 기름을 부었다.

 농민과 노동자,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갈 곳 잃은 민초들은 극단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 정부와 정치권은 언제까지 이를 외면하며 호도하고만 있을 것인가?
  
  수많은 농민들이 음독 자결하고 경찰에 맞아 죽은 다음에야, 정부와 정치권은 ‘농민단체-국회-정부’간 3자 협의기구를 받아들일지를 얘기하고 있다. 쌀 협상 후속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 농민들이 볼 때는 못미덥기만 하다. 참여정부 그리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총력 투쟁으로 화답하겠다는 입장일 뿐이다. 국회비준 저지 투쟁이 벌어지던 23일은 수능시험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숨까지 던지는 농민들의 투쟁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고속도로와 국도가 막혀 많은 불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농연과 농민단체들의 요구사항에 공감하고 힘을 실어주었던 국민들의 성원과 지지는, 350만 농민들에게는 가뭄 끝 단비와 같이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는 농민단체의 피눈물어린 호소마저 외면한 채 현 상황까지 사태를 악화시켜 온 모든 책임을,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분명히 져야만 한다. 대책없는 쌀 추가개방과 고액 농가부채로 짓눌려 떠나간 수많은 농민들의 피에 화답해야 한다. 350만 농민들이 진정으로 살 수 있고, 그리하여 민족 식량주권을 굳건히 지켜낼 수 있는 자생력있는 농업을 만들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농민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이 나라와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세상. 우리 농민들과 국민 모두가 바라는 삶을 이제부터라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용품ㆍ오추옥ㆍ한상민ㆍ전용철 농민이 평생 땀과 눈물로 가꾼 흙으로 편안히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한을 풀어드려야 한다. 농민들의 고귀한 희생은 거름이 되어 기름진 흙이 되고, 이를 딛고 마침내 우리 농업과 농촌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농민들의 노력과 함께, 많은 이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농민생존권과 식량주권을 수호할 수 있는 그날을 반드시 앞당겨야만 한다. 이것이야말로 떠나간 농민들에 대한 진지하고도 진정한 예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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