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포함되면 협상은 깨진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

"정부가 생각하는 금지선(레드라인)은 쌀이다 (조원동 재경부 차관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쌀 개방을 저지하려는 고위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쇠고기 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인 농림부만이 고군분투하는 양상이다.

이때문에 FTA 타결을 위해 쇠고기를 빅딜대상으로 올려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쌀 개방 절대 안돼" 한 목소리 = 협상 최종 타결 시한을 이틀 앞둔 29일 쌀시장 사수를 외치는 강경한 주장이 잇따랐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한미 FTA 협상에서 쌀을 추가 개방 품목으로 포함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지명자는 "만약 미국측이 쌀을 개방 품목에 포함시키려 한다면 협상은 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은 "쌀 문제가 포함되면 FTA협상이 결렬된다는 한 후보자의 발언이 정부의 공식발언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인정했다. 문 비서실장은 "노 대통령도 (한 후보자와) 같은 생각이라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가 생각하는 레드라인, 즉 절대 양보할수 없는 선은 쌀"이라고 밝혔다. 조 차관보는 "한미 FTA에서 기대에 부합하지 않거나 레드라인을 넘는 요구를 미국이 할 경우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 쇠고기는 어떻게 되나 = 쇠고기 시장 개방은 관세와 위생검역 등 2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 현행 40%인 수입관세를 철폐 또는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사안과 함께 광우병 파동으로 중단된 쇠고기 수입 재개 과정에서 검역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쇠고기는 쌀,오렌지 등과 함께 장관급 회담에서 막판 타결을 시도할 품목으로 일찌감치 넘겨졌다.

하지만 협상단 안팎에서는 쇠고기 시장에 대한 일부 절충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쇠고기 개방에 대한 집착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28일 축산농가 대표들과 만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시장을 개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외교정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인사들의 언급에서도 쌀만큼 강한 사수 의사를 찾기 어렵다. 쌀을 레드라인 대상으로 꼭 집어 애기했던 조 차관보는 쇠고기도 레드라인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조 차관보는 "쇠고기는 한미 FTA와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며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 곤혹스러운 농림부 = 안팎에서 압박을 받고 있는 농림부는 끝까지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다만 농림부가 FTA 타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시각에 강한 불만과 함께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이날 오전 권오규 경제부총리 주재로 과천 청사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쇠고기 검역은 원칙대로 대응해야 하며, 관세 철폐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쇠고기 검역은 5월 하순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미국이 광우병에서 안전한 국가라는 최종 판정이 나온 뒤에야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이 박 장관의 일관된 견해다. 그 전까지는 뼛조각이 포함된 쇠고기는 수입할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수입 전면 재개를 약속하라는 미국측 주장과 맞서고 있다.

쇠고기 관세도 미국측이 요구하는 완전한 철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리 축산농가의 경쟁력을 봐가면서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견해다.

(3월 29일자 머니투데이 기사 내용 전문을 인용)

IP : 211.17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