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열린 한-미 FTA 관련 국회 청문회에서는 농림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이 여전하다는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질책만 이어지다 청문회 자체가 연기됐다.

한-미 FTA 협상이 한창이던 3월 9일,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국제수역사무국에 제출했다. 미국이 광우병이 발생한 소에게 먹인 사료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고 광우병에 걸린 소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추적경로가 불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광우병 교차오염의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 보고서였다. 5월 2일 청문회에서 농해수위 의원들은 왜 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또한 국회가 비밀취급 인가를 내준 민간 전문가의 FTA 문서열람을 막은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고 성토했다. 의원들은 민간 전문가의 분석과 판단 없이는 협정 내용의 문제점을 실질적으로 따질 수 없는데, 협정문 열람은 컴퓨터 모니터로만 하고 그나마 의원들이 요구했던 자료 제출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리하여 이러한 업무 비협조와 비공개 방침을 정부 어느 부처의 누가 내렸는지 제대로 밝혀내라고 성토하였다.

결국 5월 2일 청문회는 한-미 FTA 타결 이후 처음 이루어진 상징적 의의만 확인한 채, 정부 관계자들과의 겉도는 문답만 오갔으며, 향후 청문회 일정은 협정전문 공개 이후로 연기됐다.

한편 본 연합회에서는 탁명구 사무총장이 5월 2일 14시부터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하였다.

‘반쪽 청문회’ 논란

권오을 국회 농해수위원장은 “자료 제출과 관련한 정부측의 비협조가 계속되는 한 청문회가 의미가 없고 청문회를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말로 청문회를 시작했다. 그는 “손 놓고 있기엔 농업 사정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에 미흡하더라도 예정대로 연 것”이라면서 정부의 자세 전환을 촉구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농해수위 자료실에 일부 자료를 비치해 놨으나 관세양허안, 서비스 유보안,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등 민감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의원들로부터 “정부가 핵심 쟁점을 모두 숨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보 열람도 의원 1명과 보좌관 1명에게만 허용돼,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이 민간전문가와 함께 열람을 하는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강의원은 “정부가 언제 정확하게 자료 제출을 할지 보고 청문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며 “양허한 제출도 안한 상태에서 하는 건 ‘반쪽 청문회’ ‘껍데기 청문회’밖에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문표 의원(한나라당)은 “한덕수 총리가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4월 중 협상문을 공개한다고 해놓고 이행하지 않았다”며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기만한 것으로, 한총리를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분야 피해는?

피해 규모에 대한 정부의 축소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서재관 의원(통합신당모임)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30일 농업분야 피해를 향후 15년간 연평균 6698억원으로 잡았는데, 이는 지난해 8월 추정치보다 2000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라며 “정부가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쇠고기 생산 감소액도 연간 1811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여기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혀 고려가 안돼 있다”며 “농촌 현실을 객관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낙성 의원(국민중심당)은 “협상전 농림부 기본 입장을 보면 ‘농업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민감품목 범위를 최소화한다’고 돼 있는데, 그렇다면 처음부터 개방확대를 기본 입장으로 갖고 있던 것 아니냐”면서 “민감품목에 대해선 양허를 제외하겠다고 했지만 쌀 빼고 지킨 게 뭐가 있느냐”고 질타했다. 또 “정부는 그동안 뼛조각 있는 쇠고기는 한 상자만 들어와도 전량 반송하겠다고 했다가 기준을 바꿔 뼛조각 있는 상자만 반송하겠다는 등 계속 양보했다”며 “국민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얘기냐”고 다그쳤다.

제주도가 지역구인 김우남 의원(열린우리당)은 “정부는 감귤에 대해 TRQ 물량을 2500t이나 주고도 계절관세를 도입해 잘됐다고 평가하는데 제주도가 거덜날 지경”이라며 “애초 우리측은 10~3월 계절관세 도입을 원했지만 설 수요를 감안한 미국의 요구로 9~2월로 줄어든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농업 지원대책 과대포장됐다는 지적 제기

농업 지원대책이 과대포장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덕 의원(한나라당)은 “정부가 1단계 42조원, 2단계 45조원을 투입했지만 여기엔 인프라 구축비용, 농업진흥청 등 관계기관 예산까지 다 포함된 것”이라며 “119조원의 농어촌 투·융자 계획도 10년간 예산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선 박홍수 농림부장관도 “의원님 생각과 제 생각이 똑같다”며 “42조원, 45조원이 그대로 농촌에 보조금으로 간 것처럼 오해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IP : 211.17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