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지나간 해는 ‘다사다난한 한 해’라고 한다. 2005년도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농민들은 사상 초유의 쌀값대란을 겪었다. ‘대책도 없이’ 쌀협상비준안은 국회를 통과해 버렸다. 농민이 시위 도중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고, 현실성 없는 정부대책을 원망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농민들도 있었다. 멀리 홍콩에까지 쫓아가 세계화와 WTO체제에 반대하는 시위를 적극적으로 전개하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고, 한편으로, 지나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60년만의 대설로 호남지방이 큰 피해를 입고, 아직도 복구가 덜 된 채 농민들의 눈물과 한숨은 그치지 않고 있다.

병술년 새해는 우리 농업･농촌･농민에게 어떤 한해가 될 것인가? 정부와 정치권이 금년 2월까지 만들겠다고 한 우리 농업회생 근본대책은 어떤 모양을 하고 나타날 것인가? 우리는 어떤 기대를 가지고 새해를 시작해야 할 것인가? ‘생각하는 것은 원인이 되고, 그 결과는 현실로 나타난다.’는 말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서양인들도 불길한 생각, 부정적인 생각은 곧잘 현실로 나타난다고 하여 심지어 ‘머피의 법칙’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면서 경기나 게임에 임하면 실제로 지는 경우가 보통이다. 상대방이 자신감을 가지고 덤비면 그야말로 힘 한 번 제대로 못써보고 지는 경우가 보통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나보다 더 자신 없어 하면 나의 기가 살아나 이기게 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얼마 전 축구국가대표 코치인 홍명보씨가 선수더러 “좀 건방져야 한다.”고 했다.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한 말일 것이다.

“한농연회원들은 새해의 우리 농업, 나아가 미래의 우리 농업에 대해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 농업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되기가 십상일 것이다. 마찬가지의 질문은 한농연의 미래에 대해서도 해보자. “한농연회원들은 새해의 우리 한농연, 나아가 미래의 한농연에 대해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가?” “일선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걱정을 하는 회원이 많아지면 일선은 무너져 내리고, 종국에는 2선, 3선도 무너져 내리기가 십상일 것이다. “한농연 회원들 각자는 자신의 올 한해에 대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가?” “꿈은 무슨 꿈이냐, 먹고 살기조차 힘들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면, 그의 한 해, 그의 미래는 힘든 일로 가득 차기가 십상일 것이다. 우연한 사건으로 반전이 될 수 도 있지만, 꿈은 그것이 어두운 것이든 밝고 희망찬 것이든 현실화되기가 십상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 한농연 회원들은 밝고 희망찬 꿈을 가지기 위한 노력을 먼저 했으면 좋겠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다만, 꿈이 얼마나 분명하고, 실현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이며, 쏟아 붓는 땀이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달라질 뿐이다. 그러므로 12만 한농연 회원이 이루고 싶은 우리 농업의 미래를 보다 분명하게 해야겠다. 한농연 회원이 이루고 싶은 한농연의 미래를 보다 분명하게 해야겠다.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다 알고 있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한농연의 ‘창립선언문과 강령에 나와 있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귀중한 무엇인가를 희망하는 시간 내에 이루려면 강렬하게, 지속적으로 생각하면서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세세한 부분까지 칼러로 생각할 수 있어야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12만 회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회원 모두가 공유하는 꿈을 분명하게 하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강렬하고도 지속적으로 회원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한다.

12만 회원이 공유할 수 있는 우리 농업의 꿈과 한농연의 꿈을 그리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농업의 국내외 여건변화와 한농연을 둘러싸고 있는 국내외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리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12만 한농연회원의 힘을 한곳으로 모으는 일은 더 어렵다. 회원 모두가 공감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을 우리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해줄 사람이 없다. 꿈은 스스로 세우고, 스스로 이루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한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밝고 희망찬 꿈을 가지는 일이다! ‘생각하는 것은 원인이 되고, 그 결과는 현실로 나타난다.’고 했으니까!

한농연 농업정책연구소 이헌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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