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농민단체 공동성명서

농업을 포기하려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즉각 중단하라!!

- 3월 5일 전국농민대표자대회에 참가하며

 부채에 짓눌린 농민들의 절규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건만 도대체 이 나라의 정부는 우리 농민들을 어디까지 내몰려는 것인가? 빚 독촉 고지서에 주눅들은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금 영농을 준비하는 이 때에, 정부가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3월중으로 강행하려 한다는 소식에 우리 농민은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차라리 농사를 걷어치우고 싶은 심정이다. 개방농정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농민들을 보면서도 정부는 우리 농민들에게 얼마나 더 가혹해야만 하는가?  수입오렌지 하나로 인한 연쇄적 가격폭락의 악몽이 아직도 농민들의 가슴에 응어리져 있건만,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이제 우리의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칠레자유무역협정으로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없는 반면
우리 농업은 상상을 초월하는 희생을 치뤄야 한다.

 칠레에는 우리의 공산품이 이미 상당부분 진출해 있어 더 이상 획기적으로 시장을 넓힐 여지가 없다. 오히려 대칠레 무역적자가 연간 6천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는 정부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칠레가 요구하는 육류와 사과, 배, 복숭아, 감귤 등의 과일류는 우리 농업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것이다. UR협정 체결이후 정부는 경쟁력 강화를 외치며 우리농업의 구조를 축산과 과채류 중심으로 재편하였고, 이 부문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여왔다. 그런데 칠레는 이 부문에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나라인바,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곧바로 우리의 축산농가와 과일재배농가의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농협의 조사에 의하더라도 축산과 과일농가를 중심으로 직접적인 피해액이 연간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칠레자유무역협정은 다가올 WTO 협상에서
우리 농산물에 대한 수입을 더욱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우리농업이 이 지경으로 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WTO를 통한 수입개방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그 체결 자체로 피해가 클 수밖에 없을 뿐더러, 관세철폐에 대해 칠레와 합의한 예를 남긴다면 2004년 타결을 목표로 현재 진행중인 WTO 협상에서 농산물 수출국들은 칠레와의 협상내용을 근거로 더욱더 큰 폭의 관세감축을 요구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진행을 지켜보는 미국, 호주 등과도 정부는 곧바로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우리 농업을 전면적으로  포기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정부는 강행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농민을 팔아먹는 매국적인 한·칠레자유무역협정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지난해에 농가부채특별법을 제정하며 우리는 농민들의 부채를 해결하고 농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을 요구하였고 정부도 농민들에게 약속한 바가 있다. 그런데 이제 겨우 두 달이 지난 지금,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유무역협정이란 국가의 이익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또한 희생이 큰 산업은 협정에서 제외하여 보호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요, 추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농업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면서도 아무런 이익이 보장되지 못하는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강행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가히 망국적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러한 농민들의 뜻을 반영하려는 농협중앙회에 압력을 행사하여 농민집회를 무산시키려 하는 농림부는 그 자신들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농림부와 농협이 누구를 위해 일하고 존재하는지, 농민들의 적이 될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우리 전북지역 농민단체들은 국가에도 도움이 안되고 우리 농업을 파탄시킬 "한·칠레자유무역협정"을 막아내기 위해 국민들과 함께 온힘을 다해 싸울 것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5차 협상을 시작하는 오늘, 우리 농민단체들은 농민들의 의지와 뜻을 모아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가지고자 한다. 이후 우리 농민단체들은 우리 모두의 고향이자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농촌과 농업을 지키고 수입개방을 막아내고자 하는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국민과 함께하는 활동을 가질 것이다.

 정부는 450만 농심이 분노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농민을 팔아먹는 매국적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2001년 3월 5일

한·칠레 자유무역협상 저지를 위한 전라북도 농민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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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경영인전라북도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농촌지도자 전북연합회, 전북-4-H연맹, 한국여성농업인전라북도연합회, 전북여성농민회연합, 가톨릭농민회 전주교구 쌀전업농 전라북도연합회, 한국낙농육우협회 전북도지회, 전북양계협회, 이상 10개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