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협상 설명회에 즈음한 긴급성명


2004년 쌀재협상을 명분으로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쌀산업발전종합대책'은 쌀산업파괴대책이며 농업포기정책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전국 450만 농민의 이름으로 분명하게 규정한다.

정부는 쌀산업종합대책이 발표되기 전 농민들의 올 수확기 쌀값안정대책마련 요구에 수탁판매 1백만석과 '시가매입 시가방출 물량 2백만석'으로 답하며 쌀산업포기 의사를 밝혔다.

쌀포기정책이 발표되자 민간업자는 물론이요 농협에서는 자체매입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우리 농민이 우려했던 쌀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수탁판매제는 계절진폭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임을 정부도 뻔히 알면서 쌀값하락의 부담을 농민에게 전가하기 위한 위장전술이며, 시가매입 시가방출은 RPC도 없는 회원농협에 맡긴다는 것이니 이미 RPC 조합에서 자체매입을 거부한 마당에 회원농협이 쌀 매입을 강요하는 행위이니 책임을 면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이 같은 정부의 실망스런 졸속대책은 쌀산업발전종합대책에서 그 진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 스스로 2004년을 대비하였다고 실토하였듯이 이제 더 이상 정부가 나서서 가격지지 기능을 하지 않을 것이고 시장기능에 맡겨 쌀농업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수 년 전부터 농민들은 대책 없는 증산정책을 지적해왔다. 고품질 미곡생산위주로의 양정전환을 입이 닳도록 주장할 때 정부는 나서서 휴경논 없애기 운동을 하며 고집을 부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재고량이 많은 게 아니라고 주장하던 정부가 이를 완전히 부정하고 휴경 및 전작을 통한 생산조정제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조변석개의 표본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정부는 2003년부터 현재의 약정수매제를 폐지하고 시가로 매입해 방출하는 소위 '공공비축제'를 도입하겠다하고 수매가를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더 이상 쌀에 대한 가격지지 기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시장기능에 맡기겠다는 사실상의 포기정책이다.

겨우 보완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논농업직불제 단가를 상향조정해 소득안정을 기하고 쌀값이 하락하는 경우 미작경영안정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안은 안될 것 뻔히 알면서 괜히 찔러나 보자는 식의 교활한 농림부의 술책이거나 순진함에 다름 아니다.

이미 우리 450만 농민들은 농림부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예산당국에 의해 내년도 논농업직불제 예산이 200억원 감축됐고 밭농업직불제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하고 있다. 이는 쌀문제에 대해 또한 우리농업에 대해 현재의 정권이 아무런 실질대책이 없으며 실상은 쌀산업과 농업을 함께 포기하겠다는 발상을 여실히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고도 농가소득안정 운운하며 종합대책안을 내놓는 것을 보면 분노를 넘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따라서 현정부는 농민들에게 WTO협상의 불가피성을 들며 순진한 농민을 우롱하기 전에 어떻게 국내 농업을 살릴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해답부터 내놓아야 한다. 당장 가을부터 우리 농민들이 죽게 생겼는데 뭘 가지고, 또 무슨 명분으로 다른 국가와 협상을 하겠다는 것인가.

정부에서 얘기하듯 경쟁력있는 농민이 있고 잘사는 농민이 우선 있어야 얼마만큼 얻고 양보할 것인가를 두고 협상을 해도 할 것이 아닌가. 정부가 나서서 농업포기, 농민죽이기를 서슴지 않고 있는데 무슨 협상을 하겠다는 말인가.

450만 농민은 정부의 쌀산업발전종합대책이 현 정부 농업정책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며 실질적인 농업포기, 쌀산업포기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WTO협상 이전에 어떻게 쌀산업을 육성하고 국내농업을 살릴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WTO협상에 대해 한국농업경영인충북도연합회는 450만 농민과 더불어 원천적으로 반대할 수 밖에 없음을 밝히는 바이다.

2001년 9월 10일

충청북도 농업인단체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