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서 □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경상남도연합회 문의 : T)055-262-8530/ F)055-262-7778

농민에게 재갈을 물리고,
지역감정에 편승해 재집권하려는 구도하에 전개되는
경남농업경영인에 대한 편파적인 사법처리를 즉각 중단하라.

작년 11월과 12월 전국의 고속도로는 일할 수록 늘어나는 농가부채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농민들의 함성으로 달구어졌다. 그 결과 정부는 부랴부랴 농심을 받아들여 '농가부채대책특별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고속도로 준법운행 투쟁의 정당성을 정부는 뒤늦게 확인해 준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헌신적으로 농민을 지도했던 많은 농업경영인의 지도자들은 때늦은 사법처리로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정부와 사법당국의 편파적인 처리지침에 의해 경남지역 농업경영인 지도자들의 피해는 더더욱 심각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작년 농민대회를 빌미로 사법처리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농민은 총 35명이며, 그 가운데 경남의 농업경영인들은 모두 26명으로 전체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경북지역의 42명을 포함하면 영남지역 사법처리의 비율은 80%에 이른다. 전국 농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모든 고속도로가 막히고, 그 가운데 극심한 교통정체로 전국적인 시선을 모았던 지역이 충북지역과 경북지역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였던 점을 감안해 보건데, 이 같은 영남, 특히 경남에 집중되어 있는 사법처리 비율은 더 이상 우리나라의 사법처리가 '법치가 아니라 정치, 여당치'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남농업경영인에 대한 집중적인 사법처리에 대해 본 연합회는 무엇보다 먼저 사법기관이 청와대의 시녀가 되어 청와대의 의중을 읽고 벌이는 전형적인 정치적 대응이며, 또한 그 동안 국민의 정부가 내세워 왔던 '지역감정 척결'이니 '동진'이니 하는 구호가 모두 공염불이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 단호히 판단한다.

또한 최근 정부의 대책없는 쌀 산업 포기 정책 및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우리나라의 농업포기를 통한 우선 협상체결 시도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이 경남, 경북을 중심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지역주의적 판단'하에 선제공격으로서 '경남농업경영인 지도자'에 대한 사후 사법처리라는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그 가장 큰 목적은 국민의 정부 농업정책의 실패로 인해 이반된 농민들의 민심을 사법처리라는 폭압적인 작태로 억누르고, 내년에 시작될 '대선공간'에서 조금이나마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우리는 단언한다. 또한 재집권을 위해 호남이나 충청권의 농민에 대해서는 현 여권에 대한 우호적인 지역색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경남을 본보기로 공격하는 유치한 정치술책'이며, 정부가 스스로 지역감정을 악용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는 거창군의 경우 그 동안 아무런 조치도 없다가 시위가 끝난지 6개월이 지나서야 8명에 대한 무더기 검찰기소가 이뤄지는 등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도로교통법 위반이나 기타 노동자들의 시위가 벌어지면 곧바로 검찰 수사가 이어지고, 기소나 수배로 연결되는 그 동안의 사법관행을 미뤄볼 때에도 이번 농업경영인 지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식과 기간은 검찰의 무능이 아니면 정치권의 정치적 판단임을 명확히 해 준다.

우리는 그 동안의 자중과 평화적인 해결노력이 사태해결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쌀 대책이나 한·칠레 협상 태도 등을 통해 보건데 정부의 농민무시와 반농민적 정책을 아무런 고려 없이 발표하는 등 오판을 하게 만들었다는 평가 속에서 이제는 정부의 지역감정을 유발하고, 농민운동을 억압하는 '편파적 사법처리'에 대해 과감히 맞설 것임을 천명한다.

우리는 엄중히 현 정부에게 경고한다. 몇몇 농민운동의 지도자를 사법처리로 발을 묶으면 농민운동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발상은 완전한 오판이며, 오히려 450만 농민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어리석은 행위이다.

쌀 문제와 한·칠레 협상 등 정부의 반농업적인 정책에 대해 본 연합회는 올해에도 어떤 희생을 치르면서도 농민전체의 이익을 위해 가장 선봉에서 투쟁할 것이다. 정부의 지역 편파적인 사법처리에 대해서도 끝까지 투쟁할 것이며, 막다른 낭떠러지에 놓여 어떤 억압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너무 늦기 전에 정부에게 다시 한번 강력히 요구한다.

-	부채특별법 제정으로 정부 스스로 정당성을 인정해준 2000년 농민투쟁에 대한 사법처리를 즉각 완전 중단하라.
-	쌀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대책을 제시하라
-	한·칠레협상의 현재상황을 공개하고, 농업보호방책을 제시하라.

2001년 9월 13일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경상남도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