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사원이 9일 발표한 “국영무역 주요 농산물 판매·수입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1년 곰팡이 등 유해물질이 발견된 중국산 건고추 6,600톤과 양파 1,950톤 등 불량 농산물을 대량 수입·유통시킨 사실을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국민 혈세로 조성한 농안기금으로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값에 불량률 검사 결과까지 조작하면서 저질 고추 수입을 강행하고, ‘품질을 문제삼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고 불량 농산물을 상인들에게 헐값에 떠넘겼다는 사실에, 350만 농업인과 국민들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2. 국산 농산물 가격 억제 위주의 정부 물가 대책의 문제점을 한농연은 2011년 8월 24일 긴급 세미나에서 집중 제기하였으며, 기획재정부 물가국장 또한 이를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자연재해와 재배면적 축소 등으로 국산 농산물값이 지속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물가 당국은 농산물 수입 확대라는 손쉬운 미봉책으로만 일관했으며, 이러한 ‘영혼 없는 정책’이 5천만 국민의 식품 안전권과 350만 농민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한 총체적 비리·부실로 점철된 이번 사태를 초래했음을 한농연은 엄중히 지적할 수밖에 없다.

3. 그럼에도 정부는 계약재배 배추 6백톤을 시세보다 40% 싼 값에 방출하고, 대파·시금치·당근 등의 국내외 생산·수급 동향을 점검하겠다면서 국산 농산물값 억누르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한파와 폭설로 공급량이 급감한 주요 신선 채소류의 가락시장 경락 가격이 1월 첫째주 들어 최대 40%까지 폭락하는 등 농업인들의 직·간접적 피해가 가중되고 있으며, 정부 물가 정책에 대한 350만 농업인과 5천만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4. 아울러 이번 감사 결과, 유통공사 직원들은 자사 퇴직 직원으로부터 향응을 받은 대가로 입찰 과정에서의 비리를 눈감아주고 시세보다 35% 높은 값에 중국산 불량 건고추를 들여왔으며, 식약청 역시 문제의 건고추를 찾아내지 못했음이 밝혀졌다. 감사원은 유통공사의 관련 직원을 문책하고 식약청에 농산물 관능검사 판정 기준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으나, 이는 이번 사태의 핵심을 비껴간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식 대응으로 볼 수밖에 없다.

5. 정부 담당 기관과 공기업이 연루된 총체적인 부실·비리로 귀결된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너무나 명료하다. 혈세로 조성된 농안기금으로 대량의 불량 농산물을 시세보다 높은 값에 들여오는 일이 가능케 한 잘못된 농산물 물가 안정 대책부터 정부는 즉각 폐기해야 한다. 특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일부 관련자의 문책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핵심 책임자를 포함한 임직원이 350만 농업인과 5천만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뼈를 깎는 각오로 국산 농산물의 생산 기반 유지와 자급률 향상이라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사명을 달성하는 데 매진해야 함을 한농연은 강조하는 바이다.

2013년 1월 10일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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