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한농연 광역별 1차 총궐기대회 개최와 한농연 박의규 회장 및 중앙임원과 농민단체장들의 단식농성이 5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한-미 FTA 강행 추진 방침에 여야 정치권이 제동을 걸고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명분과 실익을 잃은 한미 FTA 협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권오을, 열린우리당 최규성,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등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 추진 명분으로 삼은 자유무역 확대와 국가 이익 증진은 더 이상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 의원들은 특히 "쌀과 쇠고기, 오렌지 등 민감품목의 예외 없는 관세 철폐는 농업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최악의 경우 우리 농업계의 1/3 가량이 고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의원들은 또 "미국 측 체결시한에 맞춰 타결에 급급해 하지 말고 농업은 물론 산업 전반에 대한 대책을 먼저 마련한 후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으로 선회할 것을 주문한다"고 덧붙였다.

3월 23일 기자회견에 참여한 의원은 국회 농해수위 소속 권오을 위원장, 최규성 의원, 홍문표 의원, 조경태 의원, 강기갑 의원, 김낙성 의원 등 6명이다(위의 사진 참조). 다음의 내용은 성명서 전문.

명분도 실익도 잃은 한-미 FTA협상 중단하라!!!

 - 다음주 장관급 회담 불참선언하고 협상자체를 즉각 중단해야
- 미국측 시한에 쫓겨 실익도 명분도 잃은 일괄타결은 있을 수 없어
- 한-미 FTA는 타국가와 협상시 시금석, 졸속타결시 국가이익 해쳐 

자유무역이라는 명분과 국가이익 증진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2006년 6월 5일부터 시작해 올해 3월 12일까지 8차에 걸쳐 추진된 한-미 FTA협상 과정과 2차례의 고위급협상을 지켜보면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일동은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우리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일동은 지난 1년 동안 협상과정을 지켜보면서 한-미 FTA 추진의 명분으로 삼았던 자유무역 확대와 실익으로 내세웠던 국가이익 증진은 더 이상 확보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 동감하고 미국측 시한에 쫓겨 타결에 급급해 졸속으로 처리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음을 밝힌다.

정부는 다음주로 예정되어 있는 장관급회담에 불참을 선언하고, 한-미 FTA 협상 자체를 중단하라!!

쌀, 오렌지, 사과, 쇠고기, 돼지고기 등 민감품목의 예외없는 관세철폐는 우리 농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물론 농업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이 협상대상도 아니고 이미 개방이 약속된 쌀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눈에 뻔히 보이는 일방통행식 협상전략과 뼈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의 완전 수입개방 요구는 오히려 한국 국민들에게 반미 정서를 증대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 또한 지적한다.

한-미 FTA로 인한 농업의 피해에 대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최대 8조 8천억원까지 생산액 감소를 추정되고 있다. 2005년도 농업부문 GDP 추정액이 약 2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우리 농업계의 거의 절반 가량이 고사할 수도 있는 절받한 상황이다.

백번 양보하여 농업분야의 희생이 있더라도 다른 분야의 이익을 통해 전반적인 국가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개성공단의 인정’ ‘미국의 자동차관세 철폐’, ‘섬유의 원산지 규정’, ‘무역구제 조치’ 등 우리가 실익으로 내세웠던 중요분야가 하나도 타결되지 않고 우리 스스로 양보한 시점에서 공염불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제 정부는 자유무역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이외에 농민은 물론 전체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국가이익과 혜택이 무엇인지 설명도 납득도 시킬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

오히려 미국측의 쌀 및 쇠고기 시장의 완전 개방요구는 물론 국내 자동차세제 개편, 지적재산권 연장, 신약 최저가보장, 방송통신시장 개방 등으로 우리 산업전반이 흔들릴 위험에 놓여 있다.

게다가 관세율이 현행 미국 3.7%, 한국 11.2%인 상황에서 최종 관세가 일괄적으로 0%로 제로베이스화 될 경우, 우리의 수출이익보다 이를 통한 미국의 수출이익이 2~3배 이상 될 것이므로 결국 무역수지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이제 정부는 애초에 우리가 얻고자 한 국가이익과 경제적 효과도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명분도 없고 실익도 잃은 한-미 FTA 타결에 급급하지 말고 농업은 물론 산업전반에 대한 선대책을 마련한 후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으로 선회할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

미국측 시한에 쫓겨 3월말에 졸속으로 타결된다면 이번 한-미 FTA 체결이 타국과의 FTA에서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철저한 준비와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 일동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장관급회담 불참을 선언하고, 한․미 FTA를 즉각 중단하라.

1. 쌀의 개방과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조건 완화는 있을 수 없으며, 민감품목의 예외없는 한-미 FTA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1. 정부는 한-미 FTA로 인한 이익과 손실에 대한 명확한 자료를 제공하라.

2007년 3월 23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일동

더욱 주목할 것은, 여야 주요 인사들의 잇단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경고 메시지에 있다.

한-미 FTA에 대해 원칙론적인 찬성 입장을 표명해 온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은 23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은 불가피하지만 농업, 자동차 등 일부 분야는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경남 김해를 방문, 이 지역 당원협의회 당직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국민정서상 경제논리로만 계산할 수 없는 것이 있는 데 그 대표적인 분야가 농업으로, 이는 우리 요구대로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개방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면서 "문을 열지 않으면 못 견디니까 이제는 언제, 어떻게 개방해야 하는 지 생각해야 하고 당장 피해를 보는 분야에 대한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에 대한 반대 기류는 범여권 주요 인사들의 발언에서 더욱 강력하게 표현되었다. 그간 한미 FTA 체결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이던 범여권 인사들도 반대입장을 표시하고 나선 것이다.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의장은 2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쌀 문제는 한미 FTA에서 거론 조차 돼서는 안된다"며 "미국측이 쌀 문제를 들고 나와 협상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면 협정의 국회 비준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달(張永達) 원내대표도 "미국이 쌀 문제를 들고나와서 쇠고기 문제를 양보 받으려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미국이 무리하게 우리 정부의 양보를 요청한다면 우리 정부 협상단은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단단한 각오를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국회 한미FTA체결대책특위 위원장인 홍재형(洪在馨) 최고위원은 "쌀 문제가 나오면 정부가 협정을 체결해서는 안된다는 게 당의 강한 입장"이라며 "정부가 쌀 뿐 아니라 다른 농산물도 민감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 위원은 이어 "자동차와 섬유 분야에서 한국상품의 미국시장 접근을 확대하지 않으면 한미 FTA를 체결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국회에서 비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당 탈당 의원들로 구성된 통합신당추진모임의 변재일(卞在一)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이날 집행회의에서 "우리 농민은 WTO(세계무역기구)에서 마련된 쌀 시장 개방일정도 감당하기 벅차다"며 "더이상의 쌀 시장 개방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미국의 전략에 말려서 쌀 시장을 지키기 위해 자동차, 섬유, 쇠고기 문제를 양보해서는 안된다"며 "한미 FTA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측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우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천정배(千正培) 이계안(李啓安) 제종길(諸淙吉) 의원 등 민생정치준비모임 의원들과 김근태(金槿泰) 전 우리당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한미 FTA 약제비 추가부담,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 의약품 분야 협상결과에 따른 국민 의료비 추가부담 폭을 점검했다.

이 가운데 청와대 앞에서 15일째 단식농성중인 민주노동당의 문성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개 TV 토론을 제안했으며, 심상정 노회찬 의원 등도 "미국측이 쌀 시장 개방문제를 거론한 것은 WTO 협정 위반이며, 한국 정부가 쌀 문제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청은, 25일로 예정된 한-미 FTA 저지 2차 범국민 총궐기대회에 대한 금지 통고를 내려, 국민들의 광범위한 반대 의견과 공분을 공권력으로 억누르는 유신시절 긴급조치 9호 시대에나 어울리는 퇴행적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

한농연의 3월 22일 광역별 총궐기대회를 계기로, 정부가 강행 추진중인 한-미 FTA 협상에 실질적인 제동이 걸리고 협상 전반에 대한 중단 및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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