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제주에서 7월에 장마가 시작되는 것은 1982년 이 후 39년 만이며, 제주의 지난 30년(1991~2020년) 평균 장마 시작일이 6월 19일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늦은 시기입니다. 거기에 지역·시기에 따라 강수량 변동이 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많은 이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상기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우리 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6월 29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는 기온이 섭씨 49.6도까지 올라 84년만에 최고 기온을 경신하고, 폭염으로 230명이 넘게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이상 기후의 주 원인으로 꼽히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각 나라들이 서로 ‘탄소 중립’을 외치며,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0년 12월 15일 ‘2050 장기저탄소전략(LEDS)’을 수립하였으며 2021년 5월 29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하였습니다.

 

그런데 위원 구성을 보면, 산업계 위주로 되어있을 뿐 농업계 인사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또 다시 농업분야 소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2020년 12월 15일 황경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에너지분야와 산업분야의 탄소 배출량이 각각 국가 전체 탄소 배출량의 36%라고 합니다. 아울러 농축수산 부분은 국가 전체 탄소 배출량의 3.4%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비중이 작다 할지라도 대한민국 탄소 배출에 일정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향후 계획에 있어 함께 논의·합의 되어야 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농업을 무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농업은 기후 환경 변화에 따라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분야이며, 인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산업입니다.

 

한국농엽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 이학구 회장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 하루 전인 6월 23일(수) 제2소위 윤한홍 야당 간사를 찾아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였다. 

고향사랑기부금이란 개인이 현재 거주하는 지역 외에 고향 또는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이를 주민 복리 등에 사용하고 기부자에게 세제혜택과 기부액의 일정액을 답례품(지역 농특산품 등)으로 제공하는 제도이다. 

이학구 중앙회장은 “농어촌 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고령화와 청년층 유출에 따른 세수 부족으로 사회 서비스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는 또 다른 인구 이탈 요인으로 작용하여 지방소멸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부족한 지방재정 보완을 위해 신속히 고향사랑기부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농업계의 바람에도 고향사랑기부금제는 또다시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 하였으며, 이에 한농연은 7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 할 계획이다. 

실제 지난해 5월 12일 식약처는 농산물, 임산물, 축산물(⸢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정한 축산물 제외), 수산물 등 모든 자연상태 식품 포장 시 기존에 예외를 뒀던 투명포장의 경우에도 생산연도 또는 생산연월일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식품등의 표시기준 고시’를 개정하였다.

 

이후 지나친 규제라는 현장의 반발에 투명하게 포장(진공포장 제외)된 경우에 한해 내용량 표시를 생략할 수 있도록 재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농업계가 지속해서 우려를 표했던 생산연도 표시 관련 내용은 그대로 반영돼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투명 포장은 주로 신선 농산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 경우 내용량 뿐만 아니라 신선 상태도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만큼 생산연도 표시가 불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의견이다.

 

오히려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농산물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특히 해를 넘겨 수확하는 감귤류, 겨울 채소류 등은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기 쉽지 않은 데다 사과·배 등 주요 과수 품목의 경우에도 저장 후 다음 연도에 주로 판매가 이뤄지다 보니 오래된 상품이라는 오해를 불러 올 수 있다.

 

이는 햇제품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 특성상 자칫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더 크게는 소비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식약처는 매장 판매와 같은 최종 소비 단계에서만 적용되는 사안임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대포장품 상태로 농가 출하 후 유통 과정에서 소분·재포장이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생산연도를 명확히 표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결국에는 이러한 책임과 역할이 농가에 전가될 것이라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고령농, 영세·소농 중심의 국내 농업 구조상 이는 어떠한 제도보다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것이며, 해가 지난 포장용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데 따른 경제적 손실과 자원 낭비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식약처는 이제라도 관련 고시를 재개정하여 현장의 혼란과 각종 사회적 비용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경고를 무시할 시 불통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 할 것이다. 또한, 250만 농업인도 이러한 식약처의 태도를 더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기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