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 이학구 회장은 12월 24일(금) 전일 청와대 분수 광장 앞에서 "쌀 시장격리 촉구 1인 시위"를 진행했다.

 

2. 지난 9월 15일 통계청의 예상 생산량(약 383만 톤)발표 이후 수확기 쌀 대책이 마련 되는 과정에서 한농연을 비롯한 주요 농민단체는 수확기 현장의 공급 과잉을 우려하며 선제적인 쌀 시장격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 피력해왔다. 11월 15일자 쌀 생산량 발표 전에 정부가 선제적 시장격리를 해야 만이 공급과잉에 따른 쌀 값 하락을 방지할 수 있다는 데서다.

 

3.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도 묵묵부답이다. 11월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쌀 생산량이 388만 2천 톤으로 수요량보다 약 27만 톤 이상 과잉 생산되었음에도 말이다. 양곡관리법 상 ▴쌀 생산량이 수요량보다 3%이상 더 많을 경우, ▴단경기 또는 수확기 쌀값이 평년에 견줘 5%이상 떨어질 경우 쌀 자동시장격리제를 발동 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어떠한 입장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4. 이로 인해 애써 정상화 된 쌀 값은 이미 급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12월 15일자 산지 쌀값은 80kg 기준 20만 7,304 원으로 지난 10월 5일자 쌀 값 22만 7,212원 대비 8.8%가 하락했다. 쌀 시장격리가 즉각 시행되지 않으면, 이후의 쌀 값 대란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5. 청와대 1인 시위에 나선 한농연중앙연합회 이학구 회장은 “공익형 직불제 도입 당시 변동 직불제 폐지의 대안으로 마련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오히려 쌀 값 하락을 부추기고 쌀 농가를 기만하는 제도로 변질 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한농연 총궐기 대회를 비롯해 범 농업계의 쌀 시장격리 요구에도 꿈쩍 않는 정부의 만행을 비판하고, 오늘의 1인 시위를 시작으로 농업 현장의 요구가 반드시 관철될 수 있도록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 문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제20대 대선이 이제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벌써부터 정책 선거의 기조가 실종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후보자 상호간의 비방과 헐뜯기, 도덕성 문제가 난무한 상황에서 농업․농촌, 그리고 농민의 근본적 회생을 위한 현실성 있고 검증된 농정공약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와 기후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농업․농촌․농민은 전대미문의 복합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세계의 석학들은 미래 국가경쟁력의 핵심으로 “농업과 농촌”을 주목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농업․농촌 분야에 대한 정치․사회적 소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경제발전기 “수출주도형 성장주의”라는 경제화․산업화의 국가적 기조 속에서 우리나라 농정은 시장개방과 경쟁력 제고 정책으로 지배되어 왔다. 소위 경쟁과 자유 시장을 강조하는“개방화”,“농업의 산업화”가 농정의 주요한 목표였던 것이다. 그 폐단은 이미 농업과 농촌사회 전반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본격화된 개방농정 기조 속에서 우루과이라운드, 한-칠레 FTA 등을 거쳐 최근 RCEP 타결, CPTPP 가입 결정 등으로 우리 농업․농촌은 완전․전면 개방 시대에 놓여있다. 무분별한 FTA로 인한 관세철폐와 수입산 잠식으로 농업 부문의 성장 정체는 더욱 두드러졌고, 도․농간 소득격차, 농업소득 정체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경쟁력을 상실한 농업분야 이지만 WTO개도국 지위 포기로 향후 농업 협상 시 더 이상 개도국 특혜를 적용받을 수도 없다.

 

농업의 산업화가 불러온 결과는 더욱 참담하다. 가족농 중심의 농촌 고유의 공동체 문화는 거의 사라져가고 농업 생산의 전방․후방 산업을 장악한 국내․외 거대 자본의 직접 생산 부문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농촌의 고령화, 과소화 현상은 물론, 삶의 질 서비스 저하, 지역소멸 등 심각한 사회구조적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속이 썩어 곪을 대로 곪아버린 지금의 시점에서 대통령선거의 의미는 남다르다. 국가 기간산업이자 전략산업이며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서의 농업․농촌의 가치와 중요성이 정부와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고, 230만 농업인, 그리고 14만 한농연 회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산업적 시민권”을 5천만 국민들에게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0월, 한농연을 포함한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일 맛 나는 농업, 살맛 나는 농촌”이라는 슬로건 아래 ▲농업·농촌 가치·중요성에 걸맞은 정치적 위상 확립 ▲기후변화·탄소중립 시대 농업부문 책임·역할 강화 ▲통상환경 변화 적극 대응을 통한 먹거리 주권 확립 ▲농업인 직업 만족도 제고를 위한 경영 안전망 확충 ▲농업 인력 정책 재구성을 통한 청년실업 문제 해소 ▲농촌 활력 제고로 도시 과밀화·지방소멸 위기 해소 ▲농업 생산·유통 효율화를 위한 정책·추진체계 개편 ▲보편적 먹거리 복지 실현을 위한 농식품 정책 재구성을 8대 핵심 기조로 한 “20대 대선 농정공약”을 발표하고 주요 정당과 정치권에 이의 관철을 강력히 촉구해왔다.

 

그리고 2월 4일, 대망의 “선택 2022! 대선 후보 농정 비전 발표회”개최를 토대로 각 정당 및 대선 후보자의 농업․농촌 가치관과 농정공약을 점검하고 다가올 5년의 농정에 대한 희망과 기대의 불씨를 쏘아 올리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과 농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골든타임이 그리 길지만은 않다. 범 농업계가 합심하여 주요 정당의 농정공약을 제대로 점검하고 향후 5년 농정의 방향을 함께 세워가야 한다. 농업이 대접받고, 농업인이 잘사는 궁극적인 목표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앞으로의 5년을 꿈꾸며 한농연 또한 대응활동에 만전을 기해나갈 것이다.